법원 "도로공사, 10년전 이직했던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 고용하라"

한국도로공사 외주 업체서 2년 근로 후 타 업체 이직
"한국도로공사 직접 지휘 받아…근로자 지위 남아"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10년 전 한국도로공사 외주 업체에서 근무하다 이직했던 톨게이트 수납원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가 한국도로공사에 남아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는 A씨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도로공사에 A씨에 대한 채용 의사를 표시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 톨게이트 영업소 통행료 수납 등 운영 업무'를 체결한 한 외주업체에 고용돼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톨게이트 수납원으로 근무하고 다른 업체로 이직했다.

A씨는 한국도로공사와 외주업체가 체결한 계약은 도급계약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도로공사의 업무를 했기 때문에 공사 측이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지시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외주사업체 소속 근무자들과 영업소 관리자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서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는 도로공사 측으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았으며 근로를 제공했기에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한국도로공사는 A씨가 자발적으로 외주업체에서 퇴사해 다른 업체에 입사했기 때문에 직접고용 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자발적으로 외주업체에서 사직했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사정은 직접 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A씨가 퇴사 후 약 8년이 지난 후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는 외주업체와의 근로관계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와 한국도로공사 사이의 근로 관계는 '고용의 의사 표시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에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즉 A씨가 과거 외주업체를 그만둔 것과 관련 없이 판결일로부터 A씨와 한국도로공사와의 근로 관계가 인정된다는 의미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08년 12월 모든 영업소의 통행료 수납업무를 외주화했고, 2017년 7월부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등 정규직 전환' 지침에 따라 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했다.

다수의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해 2019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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