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행방 여전히 안갯 속…바그너 그룹의 앞날은?
러 정보기관 ‘가족 위협’ 때문 보도
바그너 영향력 미쳐온 지역들에서
미국 ‘틈새외교’ 기회 대두 분석도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행보가 여전히 안갯 속인 가운데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코 앞까지 진격했다 돌연 철수한 이유가 가족들을 해치겠다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위협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프리고진의 퇴장 후 바그너 그룹의 향후 운명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만 프리고진이 빠진 바그너 그룹의 결속력이 예전만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바그너 그룹이 활동해 온 아프리카 등의 분쟁 지역 등지에서 미국이 ‘틈새 외교’를 펼칠 기회가 대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5일(현지시간) 자국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진격을 포기한 것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바그너 수뇌부의 가족을 해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러한 분석이 프리고진의 갑작스러운 회군 ‘미스터리’에 어느 정도의 단서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이 회군하자 그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하기로 결정했고, 그가 벨라루스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그냥 놔둘지 국제 사회는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직까지 프리고진의 행방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미 CNN에 따르면 벨라루스 관리들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서 어떤 지위를 가질지 자세히 알지 못하며, 그가 이미 현지에 도착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방송매체인 RTVI는 “프리고진이 측근을 통해 안부를 전해왔다”면서 그가 휴대전화 수신 상태가 양호해지면 모든 질문에 답할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의 잠적은 확실한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처에 몸을 숨기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한편 러시아 내에서는 프리고진이 빠진 바그너 그룹의 해체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하원은 바그너 그룹의 활동을 규제할 법률안을 준비 중이지만,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을 하나의 조직으로 놔둬선 안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설령 바그너 그룹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프리고진이 빠진 후의 결속력과 전투력은 예전같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 수년간 러시아 외교의 ‘창끝’으로서 아프리카, 중동, 남미에 걸쳐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도맡았다.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고, 리비아에서는 동부 지역 군벌 수장 칼리파 하프타르 편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다. 시리아와 리비아에선 그 대가로 석유 및 가스 산업 관련 계약으로 이득을 챙겨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왔다. 말리,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역시 다이아몬드와 금의 채굴권에 개입해 러시아에 보탰다.
이렇듯 영향력을 행사해온 바그너 그룹이 철수한다면, 미국이 그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고 미 외교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는 미국이 안보 협력을 제공하거나 파트너 관계를 맺는 대신 정권으로부터 민주화 약속을 받아내는 등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중국 또한 아프리카 진출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서 이는 놓쳐선 안 되는 기회”라고 전했다.
미국으로선 반드시 바그너 그룹의 공백을 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체제 불안정을 그대로 방치하긴 힘든 노릇이다. 바그너 그룹의 자리를 IS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차지해버리면 해당 지역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또한 이러한 지역에서 바그너 그룹이 단순 용병이 아닌 안보와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직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점 또한 고민거리다. 바그너 그룹은 현지 정권에 군사 훈련, 정보 작전을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선 정권 수호 역할까지 맡았다. 바그너 그룹은 마다가스카르와 말리에서 선거 개입 및 전쟁범죄 은폐 혐의에도 연루돼 있다.
만약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타국이 바그너 그룹과 유사한 조직을 활용해 현지 정권에 외교적으로 침투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가 바그너 그룹을 활용한 방식이 다른 국가가 모방하기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안보가 흔들리고 있는 사하라 이남 국가들이 이러한 가능성에 특히 취약하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또한 바그너 그룹의 쿠데타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면서 전세계가 2차, 3차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바그너 그룹의 지원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정권들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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