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 출연진과 스태프를 진두지휘하는 무대감독

한겨레 2023. 6. 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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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라는 환상을 만들다,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 - ①

우리는 공연을 관람하며 무대를 장악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관객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꿈만 같은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이들은 누굴까? 예술의전당 무대운영부 전문가들에게 들어본 백스테이지의 피, 땀, 눈물.

자료 제공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의 공연은 기획 부서에서 매년 연말, 다음 해의 총괄 일정을 계획해 하고자 하는 공연을 정한다. 정해진 공연에 따라 공연의 운영을 담당하는 부서인 무대운영부는 담당 스태프를 지정하고, 공연을 연출하는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무대와 조명, 음향, 의상, 소품 등을 디자인하게 된다. 스태프들이 전반적인 콘셉트와 디자인을 정하면, 출연진이 연습을 시작한다. 무대감독은 연습실에서 대도구나 소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실 공간에 임시 세트를 설치하고, 마킹(출연자의 동선을 알리기 위해 연습실 바닥에 표시하는 것)한다. 상세한 디자인이 결정되면 무대감독은 장치 반입부터 설치, 철수 등의 일정을 확인하고 세트의 크기, 무게, 형태, 구동 방식, 사용하는 조명기와 음향기기의 위치 등을 모든 스태프와 조율한다.

이후 정해진 대관 일자에 맞춰 공연장에 입성해, 반입한 장비를 확인하고 세트의 안전을 체크한다. 세트, 조명, 음향 장비, 대도구의 위치 등을 정하는 ‘하드웨어 셋업’이 완료되면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온다. 무대감독은 무대에 처음 올라온 출연진을 위해 무대 설명, 동선 확인 등 안전교육을 거치고 무대 위에서 연습을 진행한다. 출연진의 대사와 행동에 맞춰 장치를 운용하는 것을 ‘큐’라고 하는데, 큐 타이밍을 확인하고 지시하는 것 역시 무대감독의 일이다. 큐 타이밍을 협의해 정리하고 실제 공연과 마찬가지로 리허설을 해본다.

자료 제공 예술의전당

관객과 마주하는 실제 공연 중 연출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빠르게 정리해 스태프와 출연진에게 공유하며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공연 사고를 예방한다. 이를 위해 세트와 장치의 상태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공연이 종료되면 공연장을 원래 상태 그대로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세트와 장치 등을 철수한 뒤,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를 취합해 공연 프롬프트 북과 공연 바이블을 작성하고 추후 재공연을 위한 자료를 남긴다.

■ 무대감독이 말하는 직업 이야기

강필준 예술의전당 무대운영부 무대감독.자료 제공 예술의전당

“무대 위 안전사고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해”

강필준 | 예술의전당 무대운영부 무대감독

무대감독이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출연진과 스태프의 안전입니다. 시각적으로 완벽한 무대를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에 참여하는 모두가 다치지 않고 완주하는 게 목표죠. 이 때문에 무대감독이 출연진의 동선, 장면 전환 타이밍, 의상 교체 시기 등 연출진이 만드는 작품을 먼저 이해하고 미리 습득해야 극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요. 순발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일이죠.

무대감독의 숨은 능력도 궁금해요.

공연 제작은 시간, 공간, 예산의 제약이 커요. 빠듯한 예산 내에서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무대감독은 만능 기술자가 되어야 하죠. 장비 대여를 위해 여러 업체를 방문해 가격을 흥정하고,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만들 수 있는 것은 밤을 새워가며 손수 만들기도 합니다. 의상 수선을 위해 재봉질은 기본이고, 목공과 용접까지 손기술이 날로 늘고 있어요.(웃음)

자료 제공 예술의전당

무대감독의 눈으로 본 ‘최애 공연’이 있다면요?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9년과 2022년, 두 번의 내한 공연을 했는데요. 2019년에는 수동으로 움직였던 퍼펫(Puppet, 인형)들이 2022년에는 무선 장치로 더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거예요. 새로운 장치를 들여 공연을 더욱 완성도 있게 발전시킨 거죠. 국내에서 생소한 무대장치를 사용해 들소 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등, 여러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공연이었어요.

무대감독이 되고 싶다면 어떤 공부를 해두는 게 좋을까요?

전공보다 공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먼저입니다. 저는 실내디자인을 전공하고 건설회사, 광고회사, 방송국 등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어요. 여러 회사를 거쳐가며 얻은 다양한 경험도 중요했지만,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공연예술을 하고 싶다는 제 열정을 확인한 거였죠. 공연을 사랑하고, 무대 위 연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가슴이 뛴다면 무대감독에 도전해보세요!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자료 제공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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