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능 '킬러문항' 핀셋 제거"...변별력 확보는 '두루뭉술'

제주방송 신동원 2023. 6. 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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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수능 적정 난이도 관련 집중 질의
구체적 기준 제시 없이 '원칙', '본질'만 반복...뚜렷한 해결책 못 내놔
"문제 없다는 전문가 의견 많다" 회피성 답변 일관...'물수능' 불씨 여전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에서 정책을 밝히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


교육부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초난도 문항인 이른바 킬러문항에 대해 '핀셋 제거'를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변별력 확보 방안에 대해선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킬러문항이 있어야 물수능이 안 된다는 건 사교육계의 논리라면서도 구체적인 변별력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엔 '교육의 본질, 근본으로 돌아가 출제할 것'이란 식으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는 오늘(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에서 "킬러문항은 핏셋으로 제거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발표에선 ▲공교육 과정 중심 공정한 수능 점진적·단계적 실현 ▲사교육 카르텐 근절 위한 집중 대응 ▲중·고교 교과보충 및 선행학습 사교육 수요 경감 위한 맞춤형 학습 지원 보편화 ▲초등단계 돌봄, 예체능 등 다양한 사교육 국각 책임 영역 흡수 ▲유아 학부모 교육 수요 만족 위한 공교육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책 방향이 공개됐습니다.

특히, 최근 교육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수능 킬러문항과 관련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발표됐습니다.

교육부는 킬러문항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3년간 수능 시험 및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총 480문항을 점검해 '킬러문항'을 선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뽑은 킬러문항 사례는 총 22개였습니다.

과목별로는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 시험별로는 2021학년도 수능 1개, 2022학년도 수능 7개, 2023학년도 수능 7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7개였습니다.

대표적인 '킬러문항' 사례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2022학년도 수능 국어 8번 문제를 예로 들며 "해결의 변증법을 바탕으로 예술의 위상을 설명하는 지문으로 정립, 반정립, 수렴적 상향성, 절대정신 등 철학 영역의 전문용어를 다수 사용하면서 지문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수학의 경우 일부 문항은 여러 개의 수학적 개념을 결합해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 또는 고차원적인 해결 방식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킬러문항을 배제한 상태에서 어떻게 변별력 확보와 적정 난이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우선 교육부는 "킬러문항이 출제돼야만 변별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일부 학원 등이 주장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학교 현장에서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는 성실하게 수업하고 있고, 가르친 교육 과정 내에서 문항을 출제하며 변별을 잘해내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변별력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음에도 방법론적 접근이 아닌, '원칙', '본질' 등의 어휘가 들어간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이주호 장관은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면 킬러문항이라는 것 자체가 수능의 중요한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것"이라며,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러면서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평가에 있어서 변별력은 어떤 면에서 본질 아닌가. 그래서 전혀 문제가 없다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물수능 우려에 대해서는 사교육계 측의 논리라며 '진영 논리'를 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장관은 "킬러문항이 없어도 반드시 물수능이 된다, 킬러문항이 있을 때 반드시 불수능이 된다는 거는 저는 그거 사교육의 논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왜 킬러문항이 있어야지 거기에 변별력이 있느냐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킬러문항이 없더라도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고, 물수능도 아니고 불수능도 아닌 공정한 수능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수능 역사상 어느 시기 이전의 수능이 그나마 킬러문항이 없이 변별력 유지가 이뤄졌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데 대해서 "사실 여러 가지 수능의 문제점이 제기된 상황이라 깊이 있는 연구들이 더 필요하다. 교육과정평과원이나 교육개발원 연구진들과 협업을 해서 수능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 본질적인 이슈에 대해서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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