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반란 일단락 됐지만 파장 주시…관영매체 “신속한 진압으로 권위 공고화”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남부군 관구 사령부에서 철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하루 만에 일단락됐지만 중국은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으로서는 이번 사태가 달가울리 없다. 중국 관영매체는 무장 반란에 대한 신속한 진압으로 오히려 푸틴 대통령의 권위가 더욱 공고화될 수 있다며 사태의 파장을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무장 반란이 중단됐지만 중국은 그로 인한 잠재적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펑위쥔 푸단대 러시아·중앙아시아 연구센터장은 바그너 그룹 무장 반란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러시아 미래의 불확실성 등이 중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초기 단계로 향후 더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러시아를 핵심 파트너로 여기고 있고, 특히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함에 따라 러시아의 국내 안정이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소통과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푸틴의 권력 장악력이 약화될 경우 중국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더 많이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약한 푸틴’은 중국에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할 브랜드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게재한 칼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럽에서 미국의 힘에 도전할 수 있는 강한 러시아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반란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실패가 러시아에서 정치적 격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시적인 전망을 만들었고 이는 중국을 머리 아프게 만드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중국의 고민은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에서도 일정 부분 드러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5일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낸 입장문에서 반란 사건에 대해 “러시아의 내정”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중국은 러시아가 국가의 안정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이나 푸틴 대통령의 권력 약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매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푸틴 정권 옹호에 나섰다. 서방국가와 언론이 이번 사태를 과장하고 있으며 오히려 신속한 반란 진압으로 푸틴 대통령이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주장이다.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바그너 그룹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국방부 고위 관리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라며 “일부 서방 정치인들이 이번 반란이 푸틴을 목표로 한다고 보는 것은 희망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추이헝 화동사범대 러시아연구센터 연구원도 “우크라이나 위기 이후 서방은 인지전의 일환으로 반러시아 정서를 부추길 수 있는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푸틴 정권은 단기간 내 반란을 진압함으로써 권위를 공고히 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