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野 ‘이재명 강’ 건너야 총선 승산···與 ‘尹 후광’ 탈피해야 심판론 벗어나”
내년 총선 최대 변수는 ‘제3당 돌풍’···구태정치 바꿔야
‘4無’ 민주당, 중간평가 성격 총선 유리한 지형 못 살려
조국 출마는 자가당착···‘야당 심판론’만 되레 키울 것
한동훈 출마, 험지에 나와 판세를 흔들어야 의미 있어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는 여야의 ‘경쟁적 자충수’로 판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총선 D-289일인 2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면 반드시 표로 심판받는다”면서 “내년 총선의 시대정신은 공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선거학회장을 지낸 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私黨)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은 뒤 “‘이재명의 강’을 건너야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면 되레 정권 심판론이 부각될 것”이라며 “독자적이고 실력 있는 집권여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4월 총선의 시대정신은 뭔가.
△2030 젊은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공정이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면 반드시 표로 심판받게 돼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이 터지면서 여당인 민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이후에도 민간 보조금을 엉뚱하게 사용하고 ‘탈(脫)원전’을 한다며 태양광 사업으로 엄청난 이득을 챙기는 등 공정하지 않은 일들을 벌이면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졌다. 내년 총선의 시대정신도 공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정’의 잣대에서 자유로운가.
△윤석열 정부도 인사와 취업 문제 등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그렇게 많이 강조하고도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너는 안 돼, 너는 돼’라는 식으로 경선에 참여할 자유를 억압했다. 앞으로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총선 때 호된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총선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최대 변수는 무엇인가.
△최대 돌발 변수는 제3정당의 돌풍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의원이 26일 신당 창당 추진을 시작했고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올해 9월 창당한다고 한다. 정국 상황에 따라 여러 신당이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 수 있다. 민주당은 내분이 수습되지 않을 경우 일부 세력이 당을 깨고 나와 ‘호남 신당’을 결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내년 총선은 양당 대결 구도가 아니라 다당 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제3정당이 구심점 없이 성공할 수 있을까.
△정당 운영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혁신의 기세가 돌풍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당 시스템은 1960년대 김종필 전 총리가 공화당을 만든 ‘JP모델’이 여전히 유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비대한 중앙당이 공천권과 당권을 장악하고 당 대표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구태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제3정당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는 정당의 구심점이 아니라 정치 패러다임을 대수술하는 혁신이다.
-내년 총선을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로 봐야 하는가.
△새 정부가 출범하고 2~3년 지나 선거를 치를 경우 보통 중간 평가라고 한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모두 네 차례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이 있었다. 김영삼 정부 출범 3년 뒤인 1996년과 김대중 정부 출범 2년 뒤인 2000년, 박근혜 정부 출범 3년 뒤인 2016년,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뒤인 2020년에 총선이 치러졌다. 그 중 2020년 총선 때 민주당이 압승한 것을 제외하면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에서는 여당이 모두 패배했다고 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불리하다는 얘기인가.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은 현 정부가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보는 회고적 투표라는 점에서, 더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여당이 유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여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심지어 2주마다 발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지난해 12월 셋째 주부터 올해 6월 넷째 주까지 한 번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높지 않았다. 특히 최근 NBS 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3.1%포인트)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25%로 국민의힘(35%)에 크게 뒤졌다.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에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스캔들에 이어 이래경 혁신위원장의 낙마 등 의혹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여기에다 이재명 대표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굴욕적 만남이 ‘야당 심판론’을 더 키웠다. 민주당이 각종 악재로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의 근본 문제점은 뭔가.
△지금 민주당은 ‘4무(無) 정치’의 늪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없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투쟁만 있다. 민생은 없고 방탄만 있고, 도덕은 없고 꼼수와 선동만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네 번째인데 민주당에는 ‘더불어’도 ‘민주’도 없고 사당화와 계파 싸움만 있다는 점이다.
-사당화를 가장 큰 문제로 보는 이유는.
△민주당은 어느새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당’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면서 무슨 ‘민주’를 말할 수 있겠는가. 노란봉투법이 민생 법안인가, 아니면 간호법이 민생 법안인가.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탄에 매몰돼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민생 정책 제시도 없이 ‘꼼수 입법’에만 혈안이 돼 있다. 민주당의 도덕적 파탄 상황은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그러면 민주당의 살 길은 뭔가.
△민주당의 도덕적 파탄을 초래한 ‘4무 정치’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재명의 강’만 건너면 된다. 이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만들어 변신한다면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민주당은 혁신에 대한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 무기력한 여당을 보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민주당에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다. 이제 와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신이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은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겠는가. 과거 2003년 12월 ‘차떼기 사건’이 터졌을 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검찰에 나가 수사를 받았다. 자발적으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해도 이 대표가 최소한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 까닭은.
△우선 전(前) 정부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꾼다고 했는데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경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탓도 크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협치 실패다. 국민 통합을 약속해놓고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뒤 협치를 저버렸기 때문에 저조한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협치 절벽’을 탈출하고 경제에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만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
-총선에 임하는 국민의힘의 자세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총선을 대통령의 성과를 갖고 치르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총선은 정당과 정당이 맞붙는 것인데 대통령의 후광에만 기대려 한다면 되레 정권 심판론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당정 일치는 필요하지만 종속적 당정 일치는 곤란하다. 모든 것을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주도하고 당이 뒤치다꺼리나 한다면 집권당으로서 신뢰를 얻기 힘들다. 오죽하면 김기현 대표가 증발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국정 어젠다를 강력하게 주도하면서 참신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대거 영입해 신뢰받는 집권 여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출마의 뜻을 내비쳤다.
△조 전 장관의 출마는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을 키우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무너지는 과정의 시발점은 ‘조국 사태’였다. 2019년 법무부 장관에 조국을 임명하면서 숱한 불공정 이슈가 불거져 ‘반(反)조국’ 세력이 확산됐고 정권 교체의 확실한 명분을 제공했다. 정권 교체의 원인 제공자가 이제 와서 총선에 나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치를 공학적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이 왜 출마 의향을 내비쳤다고 보는가.
△첫째 이유는 국회의원이 돼 2심과 3심이 남은 자신의 재판에서 방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둘째로 ‘포스트 이재명’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자신을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결집시키는 상징적 인물로 각인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 셋째로는 문재인·조국 연대를 통해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차기 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까.
△총선을 이끌 여권의 상징적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출마하게 될 것으로 본다. 다만 1985년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해 돌풍을 불러온 이민우 전 신한민주당 총재처럼 험지에서 ‘한동훈 바람’을 일으켜 판세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한 장관 본인도 서울 강남 출마 등은 고사해야 한다.
◆He is···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으로 일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원장을 지낸 뒤 명지대를 거쳐 배재대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선거·여론 관련 데이터 분석에 정통한 전문가로 한국선거학회 회장과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국회 제도개혁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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