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는 동물 몸이 아닌, 사람 몸을 뜻해요

한겨레 2023. 6. 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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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쉬운 우리말 쓰기] 생태공원·둘레길 속 우리말-2
생태공원·둘레길 안내문은 언어교육 장소
낯선 영어로 돼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라
혐오스러운 표현·비문 현수막 눈살 찌푸려
이 안내문에선 ‘특별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이나 ‘특별한 사유 없이 동물을 해치거나 학대하는 것은…’이라고 순화해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지난 17~18일 이틀에 걸쳐 서울 도봉구에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과 관악구 관악산 둘레길, 용산구 효창공원을 찾았다.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우거진 초여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눈에 띄었다. 이들을 만나 공원시설 이용 설명문이나 안내문에 어렵고 낯선 표현이 있는지 알아봤다.

도봉산 입구에 들어서자 먼저 ‘공원 내 반려견 에티켓 지키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돌리자 또 다른 곳에선 ‘펫티켓 배변 봉투 챙기기’라고 적힌 현수막도 보였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이 늘면서 공원 곳곳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 시 지켜야 할 안내문을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에티켓은 ‘사교상의 마음가짐이나 몸가짐’을 뜻하는 외래어로,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이해하지 못하는 말일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한글문화연대가 실시한 ‘외국어의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에티켓은 국민 평균 이해도가 69%였지만 70세 이상 평균 이해도는 41%로 낮았다. 국립국어원은 에티켓을 ‘예절’ ‘예의’ ‘품위’로 바꿔 쓸 것을 제안했다.

‘펫티켓’은 애완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에티켓의 합성어로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 지켜야 할 공공 예절’을 가리킨다. 한글문화연대의 쉬운 우리말 사전에선 ‘반려동물 공공 예절’로 순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펫티켓’ 대신 ‘반려동물 공공 예절’

‘펫티켓’은 애완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에티켓의 합성어로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 지켜야 할 공공 예절’을 가리킨다. 주로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목줄을 착용하거나 배변 봉투를 지참해 거리에 오물을 남기지 않는 것 등을 말하는데, 한글문화연대의 쉬운 우리말 사전에선 ‘반려동물 공공 예절’로 순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둘레길 18구간-도봉옛길에 ‘PHOTO POINT’라고 적힌 게 아쉽다. 대신 국립국어원이 ‘포토 존(photo zone)’을 순화한 ‘사진 촬영 구역’ ‘촬영 구역’ ‘사진 찍는 곳’이라고 쓰면 누구나 쉽게 그 뜻을 떠올릴 수 있다.

초록빛이 이어지는 도봉산 둘레길을 따라 걸으니 둘레길 18구간-도봉옛길에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소개한 안내판이 보였다. 지나가다 잠시 멈춰 사진을 찍고 가는 이들이 많았다. 다만 ‘PHOTO POINT’라고 적힌 게 아쉬웠다. ‘PHOTO POINT’라는 영어 표현 대신 국립국어원이 ‘포토 존(photo zone)’을 순화한 ‘사진 촬영 구역’ ‘촬영 구역’ ‘사진 찍는 곳’이라고 쓰면 누구나 쉽게 그 뜻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서은아 교수(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는 “‘PHOTO’를 ‘사진’으로, ‘POINT’를 ‘곳’으로 직역하듯 바꾸는 것도 좋지만 의미를 살려 ‘이곳은 추억을 찍는 곳입니다’라든지 ‘인생 사진 찍는 곳’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바꿔 쓰길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펫티켓’은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 지켜야 할 공공 예절을 가리킨다. 주로 목줄을 착용하거나 배변 봉투를 지참해 거리에 오물을 남기지 않는 것 등을 말하는데, 한글문화연대의 쉬운 우리말 사전에선 ‘반려동물 공공 예절’로 순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도봉산 외에도 여러 생태공원이나 둘레길을 걷다 보면 외국어와 외래어 안내문을 흔히 볼 수 있다. 관악산 둘레길을 찾았을 때는 공원 입구에서 ‘서울시와 함께하는 100일 걷기 챌린지’ 안내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은 초등학생 조규민(11) 군은 현수막에 쓰인 ‘앱 트래커 또는 스탬프북 인증’이라는 글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트래커는 앱 이용자 정보와 활동내역을 기록·추적하는 장치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의 줄임말인 앱은 스마트폰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미 편하게 쓰고 있는 말인 만큼 굳이 ‘트래커’란 말을 넣을 필요가 없다. ‘스탬프북’ 역시 ‘도장책’ ‘도장 수첩’ 등으로 쓰면 이해하기 쉽다. 조 군은 “몇몇 단어는 낯선 영어로 돼 있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라며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로 풀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트래커는 앱 이용자 정보와 활동내역을 기록·추적하는 장치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의 줄임말인 앱은 이미 편하게 쓰는 말인 만큼 굳이 ‘트래커’란 말을 넣을 필요가 없다.

공공장소 안내문은 ‘언어교육의 장’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은 다른 둘레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관악산 둘레길 곳곳에선 ‘도토리 등 임산물 굴취·채취금지 안내’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근처를 무리 지어 가던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임산물’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정확히 아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임산물은 ‘산에서 나는 물품’을 뜻한다. 굴취 또한 어린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굴취(掘取)는 사전에도 없는 말로, 산림청은 산림행정순화용어에서 ‘캐냄’ ‘파냄’으로 바꿔 쓸 것을 권했다.

유아숲을 비롯해 울창한 숲길이 잘 조성돼 있어 탐방객이 줄을 잇는 효창공원에서는 혐오스러운 표현이나 비문이 적힌 현수막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임산물은 ‘산에서 나는 물품’을 뜻한다. 굴취 또한 어린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굴취(掘取)는 사전에도 없는 말로, 산림청은 산림행정순화용어에서 ‘캐냄’ ‘파냄’으로 바꿔 쓸 것을 권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의 동물보호 안내문에서 신체는 ‘사람의 몸’을 일컫는 말로 동물에게는 쓸 수 없다.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동물에겐 ‘몸’을 쓸 것을 권했다. 이 안내문에선 ‘특별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이나 ‘특별한 사유 없이 동물을 해치거나 학대하는 것은…’이라고 순화해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생태공원이나 둘레길 등 공공장소에 놓인 안내문은 시민들 특히 어린이들이 직접 접하는 ‘언어교육의 장’이다. 그만큼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쓸 필요가 있다. 한자어나 외래어를 무조건 우리말로 수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말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 쓰면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클 것이다.

글·사진 나윤정 객원기자

감수: 서은아 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공동기획: 한겨레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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