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꺾었던 알파고 후손, 생명공학계 핵인싸 됐다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6. 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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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마인드 개발한 '알파폴드'
단백질 구조 2억개 모두 예측
인간은 1개 예측에 수년 걸려
세계적 석학 "노벨상감" 극찬
2016년 3월 15일 대국을 마친 이세돌 9단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에게 바둑판을 선물하고 있다. 매경DB

2016년 3월 한국에서 치러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4대1로 완승하면서 전 세계에는 AI 바람이 불었다. 단연 이세돌 9단을 이긴 딥마인드의 알파고에 관심이 쏠렸다. 알파고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딥마인드는 확률상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바둑에서 인간을 제압한 뒤 기후변화에 도전했다. 알파고의 학습 능력을 기반으로 전력 효율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딥마인드는 2016년 구글 데이터센터에 알파고를 투입해 냉각장치에 쓰이는 에너지의 40%,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량의 15%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딥마인드는 영국 정부와 함께 영국의 전력 사용량을 10%가량 줄이는 프로젝트에 나섰지만 2020년 팀은 해체됐다. 당시 알파고가 바둑과 같은 통제된 환경에서는 높은 기량을 보여줬지만 현실 세계의 복잡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알파고 후손 중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AI는 '알파폴드'를 꼽을 수 있다. 2020년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이자 저명한 생명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컴퓨터 프로그램에 노벨상을 수여한다면"이라는 글을 남기고 알파폴드에 관한 기사를 링크했다. 알파폴드가 노벨상을 받을 만큼 업적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는 지금까지 인간이 쌓아온 지식을 기반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다. 일반인이 쓸 일은 전혀 없지만 생명공학 분야에서, 특히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단백질은 생명체를 이루는 세포의 주요 성분인 만큼 구조를 알면 질병 치료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인류가 확인한 단백질 종류는 약 2억개, 2020년까지 구조를 확인한 것은 17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단백질에 X선을 쏴 구조를 파악했는데 한 개의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는 데 짧으면 수개월에서 길면 수년이 걸렸다. 알파폴드는 이 분야에서 이미 인간을 제쳤다. 2018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단백질 구조를 맞히는 국제대회에서 알파고는 문제로 주어진 43개 중 25개 구조 예측에 성공했다. 실험실에서는 확인됐지만 아직 과학기술계에 공개되지 않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대회였다. 2위인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단 3개를 맞히는 데 그쳤다. 2021년 7월 알파폴드2는 36만5000개의 단백질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며 이 데이터베이스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2억개에 달하는,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면서 데이터를 공개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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