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손톱을 물어뜯는 이유

한겨레 2023. 6. 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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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인 지원(가명)이를 만났다.

팔씨름을 내가 이기자 지원이는 발등 밟기에 적극성을 보였다.

지원이는 긴장할 때마다 떠오르는 일이 있다고 했다.

'나는 비록 초등학교 1학년 때 무심코 던진 돌 때문에 긴장해 손톱을 물어뜯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 상담법 중에 과거 불편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그때 느꼈던 가장 핵심적인 감정을 찾아내어 말로 표현하면서 과거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하는 기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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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쌤의 마음 톡톡]연재 ㅣ 괴짜 쌤의 마음 톡톡

초등학교 6학년인 지원(가명)이를 만났다. 담임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를 못한다고 했다. 어색하게 들어온 지원이와 먼저 팔씨름을 했다. 이어서 발등 밟기 모험 놀이를 했다. 발등 밟기는 서로 양손을 잡고 상대의 발등을 먼저 밟으면 이기는 활동이다. 팔씨름을 내가 이기자 지원이는 발등 밟기에 적극성을 보였다.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얼굴이 환해졌다.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몸을 움직여서 힘들다”고 했다. 살면서 힘들었던 적에 대해서 물었다. 말다툼을 했던 친구 두 명을 이야기하면서 그 친구들을 보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고 했다. 또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은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도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면서 자신의 손톱을 보여 주였다. 손톱을 물어뜯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었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니 잠시 생각한 후에 “긴장된다”고 했다.

지원이는 긴장할 때마다 떠오르는 일이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도망가는 친구에게 무심코 돌을 던졌는데 머리에 맞아서 피가 났다고 했다. 그때 친구에게도 미안했고, 선생님에게도 미안했다고 했다. 그 이후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어와도 절대 싸우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사실 고의가 아니었는데 지금도 그때 일이 자주 생각난다고 했다. 당시 긴장된 상황을 수치로 표현해 보자고 했다. 0과 10 사이 강도 중 어느 정도냐고 묻자, 9 정도 된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지원이와 함께 문장을 하나 만들었다. ‘나는 비록 초등학교 1학년 때 무심코 던진 돌 때문에 긴장해 손톱을 물어뜯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 상담법 중에 과거 불편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그때 느꼈던 가장 핵심적인 감정을 찾아내어 말로 표현하면서 과거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하는 기법이 있다. 옆에 있는 지원이의 손을 악수하듯이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게 하고 손날을 천천히 두드리면서 만들어진 문장을 다섯 번 읽게 했다. 그런 다음 다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긴장된 수치를 말해 보라고 했다. 3 정도 된다고 했다. “신기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면서 “이제 친구들과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다음주에 지원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손톱을 거의 물어뜯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친구들과 어울려도 긴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의 걸림돌이었던 과거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지원이를 힘들게 했던 5년 전 일이 그저 과거의 지나간 일임을 알게 된 것이다. 과거의 일이 지금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면 먼저 그때 상황에서 느껴졌던 가장 핵심적인 감정을 찾는다. 그 다음 그 핵심 감정을 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는 문장을 만들어본다. 그리고 조용한 새벽녘에 눈을 감고 다섯 번 정도 말해 본다. 지원이처럼 의외로 쉽게 과거의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감정은 그저 지나가는 감정일 뿐이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hoho61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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