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공단, 소규모 건설현장 '위험성' 무료 컨설팅…중대재해 사전 예방
사고 다발 고위험 업종 집중 점검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등
선제적 산재 예방 시스템 구축
지역별 '안전 문화 실천추진단' 운영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목표 달성
지난 20일 강원도 소재 공사 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유리 돔 상부에 올라가 코킹 작업을 하던 중 밟고 있던 유리가 깨지면서 6.5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전날에는 서울 소재 건설 현장에서 한 도장공이 사다리에 올라가 벽면 페인트 사전작업(테이핑 작업)을 하던 중 1.4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7일에도 강원도 소재 제조업체의 공사 현장에서 설비의 외부 패널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26m 높이 고소 작업대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500일이 지났지만 근로자들의 사망 사고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기본적인 수칙만 지켰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고도 많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사고 감축 로드맵을 통해 근본적인 산재 감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산재 감축을 위한 현장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공단은 올해 △자기 규율 예방체계 구축 △중대재해 사고 취약 분야 집중 지원 △산재 예방 인프라 혁신 △안전의식 개선 및 안전 문화 확산의 4대 전략을 추진하고,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 규율 예방체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 중소규모 사업장 컨설팅
공단은 사업장의 자기 규율 예방체계가 확산할 수 있도록 산재 예방 사업을 ‘위험성 평가’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위험성 평가’란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노사가 함께 파악해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제도다. 공단은 위험성 평가 활성화를 위해 재정·기술적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무료 컨설팅을 지원 중이다.
내년 1월 27일에는 근로자 50인 및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다. 이에 따라 공단은 건설업 분야 시공 능력 순위 200위를 초과하는 중소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중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취약하거나, 컨설팅을 희망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 중심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실시 중이다. 공단 직원이 전국 500개 사업장에 총 3회씩(본사 2회, 현장 1회) 방문해서 총 1500회의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컨설팅에서는 건설업 본사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7가지 핵심요소별 이행 현황과 해당 업체의 주요 공사에 대한 안전관리활동 현황을 확인한다. 컨설팅에서는 본사의 관리 수준을 확인한 후 현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이행을 위한 개선 사항을 안내하고 개선 방안에 대한 교육도 실시한다. 7가지 핵심요소는 △경영자 리더십 △근로자의 참여 △위험요인 확인·개선 △안전보건교육 △비상조치계획 수립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평가 및 개선이다.
또한 건설업 재해예방 전문 지도기관 등 민간 위탁을 통해 별도로 500개 사업장에 총 3500회(사업장 당 7회 기술지원)의 컨설팅도 실시 중이다. 민간 위탁 사업에서도 위험성 평가 중심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설명을 통한 사업주와 업무담당자 교육 등 사업장 특성에 맞는 체계 구축을 지원하게 된다. 또 업무담당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과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목적, 핵심요소, 이행 필요성 등의 현장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집중 지원
중대재해 사고 다발 고위험 업종에 대해서는 점검 체계 및 사고 예방 지원을 개편해 중대재해 사고 감축 효과를 높인다. 추락 등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건설업 분야에서는 현장 불시 점검 방식으로 고위험 현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사금액 1억~50억원 건설 현장은 약 2만여 곳에 불시점검(패트롤)을 실시한다. 추락·끼임·부딪힘 등 고위험 요인에 대한 개선을 유도하고 사고사망률을 감소시키는 차원에서다.
재정지원도 강화한다. 공사 규모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 현장에는 추락 방지용 안전시설의 임대 및 설치비용을 지원 중이다. 그 밖에 시스템 비계, 안전방망 및 사다리형 작업 발판 등을 임대·설치·구입하는 비용을 현장 단위로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또 지붕 상부 작업 공사 실적이 있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업체(건설업은 본사 지원)에 대해서는 채광창 안전 덮개 설치를 위한 비용으로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한다. 엘리베이터 제조사와 공동수급 실적이 있는 엘리베이터 또는 비계 설치 업체 중 건설업 등록증을 보유한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업체는 사업 주당 최대 3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건설업 근로자들도 건강관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건설 일용직은 소규모 사업장 ‘건강 디딤돌’ 사업을 통해 특수건강진단 및 배치 전 건강진단 비용지원(원도급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은 전액 지원, 공사금액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직종별 건강진단 비용지원사업으로 건설기계 운전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도 건강진단 비용의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이 있는 직원이 발견될 경우 심층 건강진단 및 전국 23개소의 근로자 건강센터를 통한 건강 관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산재 예방 인프라 혁신
산재 예방 데이터 등 디지털 정보와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선제적 산재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산재 예방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에도 나선다. 스마트 안전 장비 지원 및 스마트 안전산업 육성으로 산재 예방 인프라도 확대될 전망이다.
50인 미만 중소사업장 또는 중소기업기본법 소기업 규모 이하의 사업장(건설업 본사 지원)은 스마트 안전 장비 지원사업을 통해 고소 작업대, 차량계 건설기계 및 하역 운반기계 스마트 안전장치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상 사업장은 스마트 안전 장비 설치 및 구입 시 최대 80%(3000만원 상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구축 지원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구축 지원사업은 실제 건설 현장을 가상공간에서 동일하게 구현하는 것으로, 가상공간에 구현된 건설 현장을 통해 위험요인 발굴·평가 및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위험 요소 관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원을 희망하는 건설 현장은 규모에 상관없이 해당 지역 공단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며 공단에서 사업목적 적합 여부를 사전 검토한 후에 지원하게 된다. 사업지원은 현장 맞춤형으로 추진되며, 디지털 트윈 구축이 완료된 후 공사 종류별 체크리스트, 영상 기반 안전 매뉴얼 등을 제작해서 제공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산재 예측 시스템’도 개발한다. 전체 사업장 중에서 고위험 사업장을 선별·관리하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사전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건설업은 시스템 개발 및 보완을 거쳐 2025년 이후 상용화할 계획이다.
○안전 문화 실천추진단 출범
고용부와 공단은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중대재해 사고 감축 로드맵’ 목표 달성을 위해 지역별 ‘안전 문화 실천추진단’을 조직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안전 문화 실천추진단은 지방고용노동관서, 지방자치단체, 공단 등 공공기관과 지역별 노사단체, 업종별·직종별 협의회, 지역 언론사 등 민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동 협의·집행기구다. 올해부터 전국 39개 지역을 중심으로 범국민 안전 문화 실천 운동을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 문화 확산을 추진한다.
안전 문화 실천추진단은 ‘안전불감증’ 등 산업현장에 만연한 안전 경시 의식·문화의 획기적 전환을 위해 안전 문화 메시지 개발 및 전파와 작업·공정별 안전 예방 활동을 지원한다. 또 사업주·근로자에게 안전 주체로서의 역할과 책임 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산업단지별 안전 문화 확산 및 추락, 끼임, 부딪힘의 3대 사고유형과 핵심 안전 수칙을 알리기 위한 공동 캠페인도 추진한다.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소규모 현장의 산재를 감축하기 위해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했고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건설업 사고·사망 감축에 중점을 두고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 규율 예방체계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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