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연일 논란 노동개혁…핵심은 무엇일까요
노동개혁 관련 소식이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입니다. 정부는 가장 먼저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근로자가 임금을 50% 더 받는 초과근무 수행 방식을 바꾸려는 내용입니다. 현재 한 달 4주 일할 때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52·52·52시간으로 엄격히 통제된 것을, 69·35·52·52시간 등으로 조절할 수 있게 유연화하려 했죠. 하지만 ‘정부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으로 늘렸다’는 주장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후 ‘노조회계 투명화 조치’와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자는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노조와 산하 조직은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시하도록 한 조치입니다. 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유급휴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 연장·휴일·야간수당, 법정근로시간(현재 주 52시간) 등의 혜택을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노동개혁안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가 연일 충돌하고 있습니다. 법원도 사안별로 다른 판결을 해 혼선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노동개혁 필요성의 핵심 이유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이해해봅시다. 또 근로기준법의 영세 사업장 적용과 관련해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된 ‘주휴수당’ 문제를 알아봅시다.
'주휴수당'처럼 낡은 근로기준법 규정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는 이번 방안은 아직 추진 중인, 그러니까 확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의 ‘주휴수당’은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그래서 몇 년째 주휴수당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휴수당은 이번 방안이 확정돼 시행될 경우 우리 사회가 마주할 혼란을 미리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유급휴일 보장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급휴일이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통상적인 근로를 한 것처럼 임금이 지급되는 날입니다. 이런 유급휴일에 받는 임금을 ‘주휴수당’이라고 합니다. 주휴수당을 받으려면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사용자와 근로자가 미리 정한 근로일)을 ‘개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근로자가 시간당 임금 1만원, 하루 소정근로시간 8시간, 1주 소정근로일 5일이란 조건으로 일하는 경우, 5일 개근하면 1일 주휴수당으로 8만원(1만원×8시간)을 받게 됩니다. 단,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초단시간근로자)이면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합니다(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
임금 더 지급해도 법 위반
주휴수당은 주로 영세 사업장에서 문제가 됩니다. 최저임금 시급이 5580원이었던 2015년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A사업장은 시급 6000원, 하루 5시간 근로, 주 5일 근로를 조건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했습니다. 1주 총임금은 18만원{(6000원×5시간×5일)+유급휴일 1일(6000원×5시간)}이었습니다.
B사업장은 시급 8000원, 하루 5시간 근로, 주 5일 근로 조건이었는데 사용자가 주휴수당 규정을 몰라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1주 총임금은 20만원(8000원×5시간×5일)이었습니다. 결국 B사업장은 A사업장보다 많은 총임금을 지급했지만 주휴수당 미지급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습니다.
법이 규정한 주휴수당을 고려해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의무입니다. B사업장 사용자는 기존 총임금에서 일부를 떼어 주휴수당으로 계산했어야 합니다. 이런 의무를 위반했으니, 유사한 다른 사업장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한 사용자를 비난하는 것이 당연할까요. 하루하루 힘들게 사업을 운영하는 이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줄 수 있다면, 주휴수당 같은 규정은 상황에 맞게 손봐야 하지 않을까요.
법 제정 때와 달라진 상황
위 사례에 대해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절대다수 근로자의 생활이 열악해 그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려고 주휴수당을 의무화했지만 최저임금제 등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는 주휴수당 규정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휴수당을 폐지하더라도 임금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근거로 제시됩니다. 사용자가 임금을 책정할 때 임금을 정한 다음 주휴수당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임금총액을 정한 뒤 그 범위 안에서 임금 구성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임금총액을 정하고 나서 주휴수당을 끼워맞추는 게 현실에서 이뤄지는 임금 결정 방식이라는 것이죠. B사업장도 정부의 시정지시를 받고 나서 근로계약서에 ‘임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다’고 명시했을 뿐 시정지시 전후 임금 수준엔 차이가 없었습니다.
‘쪼개기 알바’ 양산
주휴수당 지급 조건인 ‘개근’ 여부를 놓고 사용자와 근로자 간 갈등이 빚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영세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의 출퇴근을 입증할 기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죠.
주휴수당 지급의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를 선호하는 영세 사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의 5.6%에 달하는 157만7000명이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일명 쪼개기 알바)였습니다.
주휴수당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근로기준법 규정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NIE 포인트
1. 주휴수당의 내용을 설명해보자.
2. 기사의 B사업장이 비난받아야 하는지 토론해보자.
3. 주휴수당 폐지 시 예상되는 영향을 정리해보자.
노동개혁의 대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망가뜨려요
윤석열 정부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집권 기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개혁은 국민의 현재와 미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 개혁의 필요성에 많은 국민이 공감해 정권을 잡은 만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개혁 완수를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의 정비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죠.
이번에 추진하는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은 3대 개혁 중 노동개혁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동개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혁하려는 걸까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가장 대표적인 개혁 대상입니다.
경쟁에서 보호받는 근로자 생겨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말 그대로 노동시장이 단일한 시장이 아니라, 서로 단절된 별개의 여러 시장으로 이뤄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경제학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이중노동시장이론은 노동시장이 ‘고임금과 고용안정이 특징인 1차 노동시장’과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합니다. 분단노동시장이론은 노동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기 어려우며,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근로자들이 상호 이동이 거의 단절된 상태로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이를 경험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는 시장 경쟁으로부터 보호받는, 1차 노동시장에 포함된 근로자가 생겨납니다. 이런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시장임금(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임금) 이상의 임금을 유지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시장임금으로 일하려는 다른 근로자, 즉 1차 노동시장에 포함되지 근로자는 실업상태가 됩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동시장에서의 근로자 간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보다 혁신적인 생산 시스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개혁해야 할 대상입니다.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은 7.5% 불과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어떤 상황일까요. 이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졌는데 특히 2015년 발표된 연구가 눈길을 끕니다. 이 연구는 기업 규모(대기업·중소기업)와 노조 유무, 고용 형태(정규직·비정규직) 등 세 가지 변수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설명했습니다.
먼저 대기업이면서 노조가 있고 정규직 근로자로 이뤄진 ‘핵심부’가 있고, 중소기업이면서 노조가 없고 비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주변부’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노동시장에서 핵심부와 주변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중간부)이 있습니다. 중간부는 ‘대기업, 유노조, 정규직의 합집합(대기업∪유노조∪정규직)’에서 ‘세 변수의 교집합(대기업∩유노조∩정규직)’, 즉 핵심부를 뺀 부분입니다. 결국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좀 더 엄밀하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 중층구조인 것이죠.
이 연구에 사용된 자료(2014년 3월 기준)가 다소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세 부분의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우선 핵심부에 속한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7.4%이고, 중간부 66.2%, 주변부 26.4%입니다. 월평균 임금은 핵심부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100일 때, 중간부는 61.2, 주변부는 34.3입니다.
주변부에서 핵심부로 이동 어려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특징은 구분된 시장에 속한 근로자가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주변부에서 중간부로, 중간부에서 핵심부로 이동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관련 연구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전자는 3%, 후자는 17% 수준입니다. 특히 이 수치가 2000년대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임금을 받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핵심부 근로자들이 강력한 노동조합의 보호 아래 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다른 근로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깨뜨리는 거죠.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귀족노조에 의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NIE 포인트
1.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념을 정리해보자.
2.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폐해를 설명해보자.
3.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해 토론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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