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코리아] 학교 폭력,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필자: KBO 공인 에이전트 조숭희 변호사(베이스볼코리아 칼럼니스트)
몇 년 전부터 야구계는 계속해서 학교폭력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굳이 어떤 일인지 예를 들지 않더라도,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머릿속에 스치는 이름들이 몇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 기사에 따르면 2022년 신인 지명 드래프트에서도 많은 구단의 스카우트가 자신들이 지명하려는 선수가 학생 때 학교폭력에 연루된 적은 없는지, 만약 있다면 해당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철저하게 점검한 뒤 지명권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프로야구선수가 되기 위해선 학교폭력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둬야 할 것입니다.
법은 학교폭력을 명확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법이 최초로 시행된 2004년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폭행ᆞ협박ᆞ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ᆞ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했으나, 2023년 현재 시행 중인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ᆞ유인, 명예훼손ᆞ모욕, 공갈, 강요ᆞ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ᆞ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ᆞ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변경했는데,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교묘해지고 악랄해지는 교내 폭력행위를 조금 더 폭넓게 규율하고자 개정이 되어 온 것입니다. 그런데 폭행, 협박, 강요, 모욕 등 현재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 행위는 기존의 형법과 형사특별법으로 모두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행위들을 기존 법이 아닌 학교폭력예방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처리하고 있을까요?
그 답은 이 법의 목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조는 이 법의 시행 목적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 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 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ᆞ교육 및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 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한다.”
즉, 단순하게 사회의 규칙을 벗어나 다른 시민에게 손해를 끼친 범죄자를 국가가 나서서 벌을 주는 일반 형법의 개념에서 벗어나, 아직 신체와 정신이 미성숙한 인격체가 행한 행위에 대해서는 계도를 통하여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학생에게는 충분한 보호와 재발 방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가 앞장서 노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즉,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모든 사건의 원인은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지점이 있다고 파악, 올바른 지도와 교육을 통하여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절차대로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법이 원하는 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남지만요.
학생들이 아직 미성숙하단 점은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신체적·정신적 성장 속도가 다르기에 학생들 사이에서 불균형이 오게 되고 그것을 지위적 우위라고 착각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특히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육체적 발달이 빠른 운동선수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우위에 서게 되고 그것을 인간관계의 우위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즉, 권력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학교폭력의 시작은 대부분 그런 판단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학부모, 선생님, 감독, 코치들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친구들 사이의 다툼이라면 그 다툼이 대등한 관계에서 비롯된 일인지, 상하 관계에서 오는 불균형인지. 반복적으로 재발하였는지 등 다양한 상황을 파악하여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전후 사정을 판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가해 학생의 일반적인 변명 중 하나가 ‘나는 장난이었다, 그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다’란 것인데요. 이것은 반대로 피해 학생이 동일한 행위를 가해 학생에게 가했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지를 생각해본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교내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학교폭력의 이러한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특히나 감독이나 코치들도 학교폭력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성적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현재 당신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면 다음과 같은 해결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대화를 통한 해결방법입니다. 가해자와 직접 대화를 하란 게 아닙니다. 우선 부모님께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부모님 주도하에 가해 학생측과 대화를 시도하는 겁니다. 만약 이 단계에서 가해 학생 측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받게 된다면, 가장 좋은 단계에서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교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학폭위는 피해자 측에서 원한다면 무조건 개최되어야 합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2항 제3호). 가해자 측이 성실한 자세로 임하지 않는다면 선택할 방법입니다. 학폭위는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심리상담, 학급교체 등)와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서면사과, 교내봉사, 사회봉사,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를 동시에 진행하게 됩니다. 다만, 이러한 조치를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통해 재심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학폭위 절차를 거쳤음에도 가해 학생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않는 등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경우 피해 학생은 법적 절차를 밟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해 학생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형사고소를 하게 되면 일단 수사가 진행되고 형사처벌만 받지 않았을 뿐 보호처분(소년원 송치 등)은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형사재판을 통해 범죄사실이 확정되는 경우 그 자체로도 민사재판의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에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학폭위 절차부터는 법적인 절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증거를 꼼꼼히 수집해둬야 합니다. 팬들에게 프로야구선수는 환상 그 자체입니다. 일상에선 나무 배트로 공을 125미터 날리고 시속 150km로 공을 던져도 부가가치가 크지 않습니다. 그런 행위에 열광하고 지갑을 열어 소비하는 팬들이 있기에 KBO리그가 존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높은 연봉과 많은 인기 역시 팬들의 선물입니다.
프로 선수라고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환상이 깨지지 않도록 지켜야 할 선은 분명 존재합니다. 학교폭력은 그 최소한의 선을 넘어버린, 너무나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범죄입니다. 환상 속 존재가 현실이 되는 순간 팬들은 언제든 돌을 던지고 비난의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애정이 큰 만큼 배신감과 거부감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비난과 질타가 잇따르는 이유,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미성숙한 시절이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타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상처와 고통을 안겼다면 그 아픔에 공감하고 내 실수를 인정하는 것.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받는 일. 반성의 첫걸음입니다.
‘베이스볼 코리아 매거진’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베이스볼코리아는 한국 유소년 야구, 고교야구 등 학생 야구를 기반으로 KBO리그 유망주와 스카우트, 신인드래프트 소식을 전하는 야구 전문 매거진입니다. 한국판 ‘베이스볼 아메리카’를 표방하며 지난 2019년 3월 창간해 오프라인 월간지와 유튜브 방송, 온라인 매체를 통해 풍성한 야구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땀 흘리는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과 현장 야구인들의 노력을 조명하고, 건전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베이스볼코리아의 지향점입니다. 2023년엔 ‘MK스포츠’를 통해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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