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군단에 또다른 벽···11년 만에 '중국인 메이저퀸' 탄생

양준호 기자 2023. 6. 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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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살 인뤄닝,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37홀 연속 그린 적중···버디만 4개
8언더로 日 사소 유카 1타차 제쳐
2년차에 시즌 2승, 상금·MVP 1위
린시위·로즈 장 등 중국계 '쑥쑥'
신지은 공동 8위···고진영은 20위
인뤄닝이 26일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대형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중국의 박세리’ 펑산산이 2012년 우승했던 바로 그 대회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인뤄닝(21·중국)이 한창 골프 기량을 키우던 시절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의 반부패 바람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특히 골프장이 부패의 상징인 것처럼 타깃이 되면서 2015년에만 중국 내 60여 개 골프장이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국 골프계에서는 “골프 업계에 종사한 모든 이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며 탄식했다.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중국 내 골프계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로 지속되고 있다. 중국에서 개최됐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는 2019년을 끝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별개로 중국 골프의 ‘선수 파워’는 날로 강력해지고 있다.

26일 미국 뉴저지주 스프링필드의 밸터스롤GC(파71)에서 끝난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에서 11년 만의 역대 두 번째 중국인 메이저 골프 챔피언이 탄생했다. LPGA 투어 2년 차 인뤄닝이 주인공으로 4월 디오 임플란트 LA 오픈에서 거둔 데뷔 첫 승이 ‘깜짝’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고진영, 릴리아 부(미국)에 이어 시즌 2승 대열에 합류했고 상금 150만 달러(약 19억 5000만 원)를 벌어 시즌 상금 200만 8000 달러(약 26억 1000만 원)로 이 부문 1위가 됐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도 1위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한 인뤄닝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 4타를 줄이면서 합계 8언더파 276타를 기록, 2위 사소 유카(일본)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앞 조 사소의 18번 홀(파5) 버디로 동타를 허용했지만 잠시 뒤 이 홀에서 3m 클러치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연장에 끌려가지 않았다. 6홀을 남길 때까지도 공동 6위였는데 13, 14번 홀(이상 파4) 연속 버디로 기회를 잡더니 한 번 잡은 기회를 끝까지 움켜쥐었다.

인뤄닝은 특히 이날 그린 적중률 100%를 포함해 전날부터 37홀 연속으로 그린을 놓치지 않는 놀라운 기록을 뽐냈다. 그는 “지난 며칠간 볼 스트라이킹이 완벽했다”며 “우승하든 못하든 3퍼트 안 하는 게 최종일 목표였는데 우승도 하고 목표도 달성했다”고 했다.

인뤄닝에 앞서 중국 골프 하면 펑산산(34·은퇴)이었다. LPGA 투어에서 10승을 올렸고 그중 1승이 2012년 여자 PGA 챔피언십의 전신인 LPGA 챔피언십 우승이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고 2017년과 2018년 사이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4월 LA 오픈에서 펑산산 이후 첫 LPGA 투어 중국인 우승자가 된 데 이어 메이저 무대에서도 펑산산의 기록을 따르게 된 인뤄닝은 “펑산산은 내가 쫓아가야 할 목표 그 자체”라고 했다.

인뤄닝은 기네스 기록 보유자다. 2020년 프로 전향 이후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 투어 첫 3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면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골프 구력 20년 이상의 아마추어 고수인 아버지 영향으로 열 살에 골프에 입문했고 이듬해 윈난성 쿤밍의 골프 트레이닝 시설에 들어가 집중 훈련했다. 이후 1년도 안 돼 주니어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미국 진출 전부터 미국인 코치 지도로 연습한 인뤄닝은 2021년 퀄리파잉 시리즈 공동 4위 성적으로 2022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농구 선수를 꿈꿨을 정도로 농구를 좋아하는, 미국프로농구(NBA) 스테픈 커리의 열성 팬이다.

우승으로 연결된 마지막 홀 버디 퍼트를 넣으며 주먹을 내지르는 인뤄닝. AP연합뉴스

막판까지 인뤄닝과 공동 선두를 달린 ‘절친’ 린시위(중국)는 6언더파 공동 3위다. 중국계 로즈 장(미국)은 그 뒤의 8위 그룹(5언더파)에 자리했다. 로즈 장은 프로 데뷔 후 첫 메이저 출전에 우승 경쟁을 펼치며 ‘슈퍼 루키’ 자격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선두 리오나 매과이어(아일랜드)에 1타 뒤진 단독 2위로 출발해 역전 우승 기대를 높였던 신지은은 1타를 잃어 5언더파 공동 8위에 만족해야 했다. 공동 선두를 달리다 비로 경기가 중단됐고 약 2시간 뒤 재개된 경기에서 신지은은 곧바로 보기를 범하면서 고전했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2타를 잃고 김효주와 같은 1언더파 공동 20위로 마감했다. 매과이어는 4언더파 공동 11위까지 밀렸다.

다음 대회는 7월 6일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치러지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US 여자오픈이다. 올 시즌 고진영의 2승이 전부이고 메이저 우승도 1년이 지난 한국 군단은 중국의 득세라는 새 변수와도 싸워야 한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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