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직접 ‘공정수능’ 자문하고 점검···대입·내신도 공교육 강화

김나연 기자 2023. 6.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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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
정부·여당이 사교육 과열을 지적하며 수능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수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가 공교육 과정에 걸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위해 출제 과정 등에 ‘현장 교사’의 참여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학교 내신과 대입 과정이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도록 선행학습 영향평가 등을 강화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수능에서 철저하게 배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26일 이런 내용이 담긴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교육부는 국정과제인 유보통합·늘봄학교에 맞춰 영유아 및 초등단계의 사교육 경감방안을 주로 논의해왔다. 그러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한 뒤 사교육 경감 대책의 초점을 ‘공정한 수능 평가 실현’으로 옮겼다.

교육부는 사교육으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이 대입에서 유리한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수능의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최근 3개년 수능과 지난 6월 모의평가의 킬러 문항 사례를 공개하며 향후 수능에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 외 내용은 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장 교사들의 수능 관여도도 높인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내에 현장 교사 중심의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가 신설된다. 이들은 먼저 시험 전 공교육 과정의 지문과 풀이방법 등을 활용한 출제전략을 제시한다. 시험 후에는 출제내용을 평가하고 개선안을 마련한다.

수능 출제단계에서는 현장 교사 위주로 구성된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가 출제내용을 재차 검토한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점검위원회는 평가원과 별개로 시·도교육청이 외부 추천을 받아 꾸린다”며 “문항들이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고 있는지를 현장 감각에 맞게 점검하는 이중장치”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수능 출제위원이 향후 일정 기간 관련 강의를 하거나 교재를 집필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영리 행위 금지 기간 등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 심민철 기획관은 “현재 (영리 행위 금지) 기간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드릴 수 없다”라며 “출제위원 섭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의견을 들어가며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에 시행하는 2025학년도 수능부터 ‘개념 중심’ 수능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심민철 기획관은 “2025학년도부터 갑자기 수능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아니고, 원칙적인 내용을 다시 선언한 것”이라며 “올해 수능도 당연히 개념 중심으로 출제하고, 안정성 차원에서 기존 문제 유형과 거의 유사하게 나온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 중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사례 설명을 듣고 있다. 조태형 기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공교육정상화법도 앞으로 엄격하게 적용한다. 교육부는 2016년부터 대입 과정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났는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하고 있는데, 2020년부터 위반 대학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논·구술 등 대학별고사가 고등 교육과정 범위 밖에서 출제돼 공교육정상화법에 위반됐는지 명확히 공개하고, 위반 대학에는 엄중한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시행되는 수행·지필 평가 등에서도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엄정 시행하고, 교육과정 내에서 이뤄지도록 교차 검토를 강화한다.

공교육 내에서 학생들의 입시·학습 지원도 확대한다. 현장 교사 중심의 무료 공공 컨설팅을 진행하고, 대입정보포털에 대학 평균 합격선 등 선발 결과를 공개한다. 심민철 기획관은 “학생들이 (본인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컨설팅을 받으러 가는 건데, 대학별 평균 합격선을 공공영역에서 제공해 사교육 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유료였던 EBS 중학프리미엄 강좌는 무료로 전환하고, 수능 연계 교재 기반의 EBS 수준별 강좌도 제작하는 등 공교육 내 EBS 활용도도 높인다.

최근 ‘영어유치원’ 등으로 사교육이 쏠리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새로 한다. 영어유치원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유치원 방과 후 과정으로 영어, 예체능 등 수요 높은 프로그램 운영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유-초 연계 이음학기를 운영해 놀이중심 언어교육 및 초1 통합교과와 관련된 교육을 제공한다.

이밖에 초등 방과 후 수강생 중 희망자에게 프로그램을 하나 더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과 후 1+1 제도’도 도입한다. 돌봄교실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수영장 등 학교복합시설을 활용해 체육·예술시설도 확대한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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