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 앞을 막아선 ‘3루의 독재자’, 아마 MVP 트로피가 없었던 것 같은데…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한화와 KBO리그의 큰 즐거움은 노시환(23)의 폭발이다. 지금껏 정확도와 장타 사이에서 방황하던 이 유망주는, 올해 양쪽을 모두 잡은 꾸준한 경기력으로 순항하고 있다. 이제는 ‘알을 깨고 나왔다’는 표현이 점점 더 어울리고 있다.
5월 한때 무안타에 시달리던 시기를 제외하면 시즌 내내 빼어난 페이스로 나아가고 있다. 노시환은 26일 현재 시즌 68경기에서 타율 0.314, 13홈런, 4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0을 기록하는 등 리그 정상급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상대적 투고 시즌에서 거둔 성과라 더 값지다.
일각에서는 오랜 기간 ‘올드보이’들의 나눠먹기로 진행된 3루수 골든글러브 판도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한화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간판 주전 3루수들이 필요한 리그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선도 많았다. 실제 노시환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도 승선하며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골든글러브 수상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시즌 초반 노시환의 활약에 잠시 숨을 죽이던 선수가 6월 들어 미친 듯한 타격감으로 치고 올라왔다. 어느 순간 노시환의 공격 생산성을 넘어서더니, 이제는 노시환과 격차를 벌려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섰다. 3루수 포지션뿐만 아니라, 리그의 모든 선수들을 리드하고 있다.
통산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8회 수상에 빛나는, ‘3루의 독재자’ 최정(36‧SSG)의 방망이가 불타오르고 있다. 시즌을 평범하게(?) 시작했던 최정은 5월부터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하더니 6월 들어서는 홈런을 펑펑 터뜨리며 순위표 꼭대기에 올랐다.
최정은 6월 들어 21경기에서 타율 0.372, 11홈런, 23타점, OPS 1.297을 기록하는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6월 OPS 2위 이정후(키움)의 기록이 1.099임을 고려하면 최정이 6월 들어 얼마나 독주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어느덧 시즌 OPS도 1.001까지 올라왔다. 올 시즌 리그를 통틀어 OPS 1.0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최정이 유일하다. 2위 노시환(.910)과 격차가 꽤 벌어졌다.
최근 10경기에서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타격을 보여주며 6월 월간 최우수선수(MVP) 레이스도 주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447에 무려 7개의 홈런을 보탰고, 16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10경기 OPS는 1.591에 달한다. 홈런 부문(19개)에서도 넉넉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각종 통계전문사이트가 집계하는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도 리그를 선도하고 있다. ‘스탯티즈’가 집계한 wRC+에서 최정은 174.4를 기록해 2위 양의지(두산‧167.9)에 앞선 1위를 기록 중이다.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wRC+에서도 170.5로 역시 1위다. 최정은 3루수로 꾸준히 출전하며 수비에서도 평균 이상의 값어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단연 현시점 리그 최고의 타자라고 할 만하다.
아직 시즌이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wRC+만 따지면 개인 경력에서 가장 좋았던 ‘46홈런 시즌’ 2017년을 오히려 초과하는 페이스다. 이 페이스가 계속 이어진다면, 조심스럽게 MVP 레이스에서도 타자 부문 단일 후보로 나설 수 있다.
최정은 KBO리그 역대 최고 3루수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아직 정규시즌 MVP 타이틀은 없다. 한국시리즈 MVP(2008)와 올스타전 MVP(2017) 트로피는 이미 집에 있다. 골든글러브 트로피가 자그마치 8개에,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도 무려 5개나 있다. 사실 가질 것은 다 가지고 있다. 이 진열대에 정규시즌 MVP 트로피만 추가된다면, 역대 최고의 트로피 콜렉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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