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재승인'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공소 기각돼야" 주장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부당 개입 혐의 첫 재판서 절차상 문제 지적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첫 재판을 하기 위해 26일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출석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26.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방통위 관계자들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한 전 방통위원장 측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태웅)는 26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위원장과 전 방통위 국·과장, 심사위원장 등 총 6명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을 심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자신과 평소 친분이 있던 특정 단체 출신의 인물을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으로 임명하고 TV조선의 점수가 사후 조작된 것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또 TV조선의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방통위 심의·의결 안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TV조선은 2020년 4월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방통위로부터 총점 653.39점을 받아 기준점인 650점을 넘겼지만 중점 심사 사항에서 점수가 미달하면서 조건부 재승인이 결정됐다. TV조선은 '공적 책임·공공성' 항목에서 기준점인 105점에 미달하는 104.15점을 받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두고 한 전 위원장 측과 검찰 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판사가 유무죄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소장에 범죄 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내용만 기재하도록 한 원칙이다.

검찰이 공소장을 낭독하며 한 전 위원장의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 경력을 언급하자 한 전 위원장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 낭독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일 뿐 아니라 사상 검증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내용이) 한 전 위원장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부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검사가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불필요하게 공소장에 기재했고 추후 증인신문을 통해 확인할 관계자 진술도 공소장에 적혀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는 공판기일에 제출된 공소장을 낭독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한 전 위원장 측이) 공소장을 송부받은 뒤 7일 이내에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의 과거 행적 등은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로 공소장 일본주의에 해당하지 않기에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취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자료가 2만3000여 페이지에 달해 공판기일을 미뤄달라는 피고인들의 요청에 따라 다음 기일을 오는 8월 25일로 지정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며 면직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것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3일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공소사실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지만 변호인들이 이 사건 수사가 무엇이 문제인지 충분히 얘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재판을 토대로 저를 비롯한 다른 분들이 무고하다는 것이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