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떠난 공백 어떡하나···미국에 ‘틈새 외교’ 열릴까

김서영 기자 2023. 6. 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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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사실상 무위로 그치면서, 이들이 빠져나간 세계 곳곳에서 미국이 ‘틈새 외교’를 펼칠 기회가 대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5일(현지시간) “이 사건(바그너 그룹 반란)이 다른 곳에서 가질 심각한 함의, 즉 미국과 동맹국이 준비해야 할 함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아프리카 등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바그너 그룹의 퇴진으로 인한 공백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그 공백을 채우며 영향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 수년간 러시아 외교의 ‘창끝’으로서 아프리카, 중동, 남미에 걸쳐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도맡았다.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고, 리비아에서는 동부 지역 군벌 수장 칼리파 하프타르 편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다. 시리아와 리비아에선 그 대가로 석유 및 가스 산업 관련 계약으로 이득을 챙겨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왔다. 말리,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역시 다이아몬드와 금의 채굴권에 개입해 러시아에 보탰다.

이렇듯 영향력을 행사해온 바그너 그룹이 철수한다면, 미국이 그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는 미국이 안보 협력을 제공하거나 파트너 관계를 맺는 대신 정권으로부터 민주화 약속을 받아내는 등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중국 또한 아프리카 진출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서 이는 놓쳐선 안 되는 기회”라고 전했다.

미국으로선 반드시 바그너 그룹의 공백을 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체제 불안정을 그대로 방치하긴 힘든 노릇이다. 러시아가 바그너 그룹을 대체할 다른 조직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그 사이 테러리스트와 반군이 세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그너 그룹의 자리를 IS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차지해버리면 해당 지역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이러한 지역에서 바그너 그룹이 단순 용병이 아닌 안보와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직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점 또한 고민거리다. 바그너 그룹은 현지 정권에 군사 훈련, 정보 작전을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선 정권 수호 역할까지 맡았다. 그러면서 지도부에 정치적 조언을 하고 캠페인을 수행하기도 했다. 바그너 그룹은 마다가스카르와 말리에서 선거 개입 및 전쟁범죄 은폐 혐의에도 연루돼 있다.

만약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타국이 바그너 그룹과 유사한 조직을 활용해 현지 정권에 외교적으로 침투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가 바그너 그룹을 활용한 방식이 다른 국가가 모방하기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안보가 흔들리고 있는 사하라 이남 국가들이 이러한 가능성에 특히 취약하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또한 바그너 그룹의 쿠데타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면서 전세계가 2차, 3차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바그너 그룹의 지원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정권들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무장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진격했으나, 하루 만에 이를 중단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거쳐 반역죄 처벌을 면하는 대신 벨라루스로 가기로 했지만 아직 행방이 확인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선을 비롯해 전세계에 남은 바그너 그룹 대원들의 향후 거취 역시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일단은 그를 벨라루스로 보내주더라도 결국 처단을 시도하리라고 전망한다. 이번 사건으로 푸틴 대통령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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