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4억 떼먹은 구리 전세사기 일당, 코인·유흥비 '흥청망청'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 900채 이상을 사들여 2400여원을 가로챈 구리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 등 일당 26명이 기소됐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 900채 이상을 사들여 2400억여원을 가로챈 구리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 등 일당 26명이 기소됐다.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한문혁)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24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부동산 갭투자 업체 대표 A씨(41)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허위 임대인과 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사 등 2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이날 밝혔다.

갭투자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갭)만큼의 돈만으로 집을 매수한 뒤, 직접 살지는 않고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다 집값이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내는 투자법이다.

A씨 일당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실제 매매대금이 전세보증금보다 적어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움에도,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수도권 일대 주택 928채를 사들였다. 이들은 임차인 928명에게 2434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전세 물건을 임차인에게 중개한 부동산컨설팅업자와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업자 등 16명은 3억5000만원짜리 전세 물건을 중개하며 43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는 등 법정 수수료보다 4~50배 많은 돈을 챙겼다.

검찰은 피해 임차인들이 건넨 전세보증금의 80~85%가 건축주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되고, 남은 15~20%는 △공인중개사 리베이트 △분양대행사·컨설팅 업체 수익 △무자본 갭투자 업체 수익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했다.

임차인 모집과정에서 홍보했던 임대보증보험료 지원 비용과 본인들의 주택 매입으로 발생한 취득세, 법무 비용도 모두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처리됐다.

A씨 일당은 이렇게 가로챈 돈을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와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며 임차인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은커녕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까지 체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임차인들에게 지원해주기로 했던 전세 보증보험료를 1년 치만 납부하거나 아예 가입을 누락해 피해 구제가 어려운 경우도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 상응한 처벌과 신속한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여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