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 대 개조'한다…"빌딩 저층 '녹지' 조성 땐 용적률 인센티브"

도쿄 도심 재개발 일대 방문…"도시계획국→도시공간국으로"
"강남 도시계획은 실패…세운지구 녹지화하면 종묘 돋보여"

오세훈 서울시장은 25~26일 마루노우치 지구 등 일본 도쿄의 대표적 도심 재개발 지역을 살폈다. (서울시 제공)

(도쿄=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시가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 곳곳에 시민을 위한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등 서울을 '대(大) 개조'한다.

도심 내 고층 빌딩의 면적은 줄이는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빌딩의 저층부는 녹지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 누구나 언제든 편하게 도심 속에서 녹지 생태 공원을 즐길 수 있도록 서울을 개조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도시공간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도심 속 녹지 생태 공간 조성 기능을 대거 강화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5일 일본 도쿄의 대표적 재개발 일대인 마루노우치 지구를 찾아 "건물의 높이 제한을 풀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저층부를 공공부지로 받아 이를 녹지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하겠다"며 "시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생태 녹지 도심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되는 등 그야말로 서울을 '대개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마루노우치 지구 외에도 25~26일 아자부다이힐즈·토라노몬·미드타운 등 도쿄의 주요 재개발 지역을 차례로 찾았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가운데 빌딩의 저층부를 녹지로 조성해 시민에게 '도심 속 생태 공간'으로 전면 개방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건물의 면적은 줄이고 높이는 올려 저층부 공간을 시민의 몫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서울 광화문·종로 격인 마루노우치 지구를 둘러본 오 시장은 파크빌딩 등 민간개발과 함께 녹지공간을 조성한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빌딩의 저층부를 시민에게 개방한 이곳이 바로 중점을 두고 봐야 할 공간"이라고 강조하며 "이곳을 보니 강남의 (과거) 도시 계획은 매우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는 시민 누구나 함께 쉬고,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한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공개공지"라며 "시민이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녹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점차 바뀌어 가는 서울의 도시공간 구조 개편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막대한 예산, 즉 시민의 세금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면서 시민이 도심 속 녹지 생태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 건물의 높이 제한을 풀고 용적률에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건물을 짓는 주체가 서울시에 공개공지를 제공하도록 하고, 그 공간을 녹지 생태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도심을 녹지공간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기존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명칭을 '도시공간국'으로 바꾸겠다고도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 도시 개발 계획의 큰 틀은 이미 완성됐다"며 "쾌적한 녹지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도시계획국의 명칭 역시 (녹지 생태공간을 총괄하는) '도시 공간국'이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5~26일 마루노우치 지구 등 일본 도쿄의 대표적 도심 재개발 지역을 살폈다. (서울시 제공)

마루노이 지구에 위치한 문화재 '황거'(일왕이 사는 곳) 일대의 개발 현황을 확인한 오 시장은 향후 세운지구의 개발 방향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도쿄는 도쿄역에서 황거로 이어지는 공간을 비우고 보행광장으로 조성하는 대신 양옆을 고밀화시켰다. 이로 인해 도쿄역 일대는 활기를 되찾았다.

그는 "서울의 경우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서 전면에 있는 공개공간을 녹지로 만들 수 있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현재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며 서울의 종묘와 퇴계로를 잇는 세운지구가 녹지화된다면 도쿄의 황거 인근보다 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것이 진정으로 종묘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숲 '테마치 포레스트'를 방문한 오 시장은 "초고층 빌딩 앞 정글에 들어온 느낌"이라며 "감동이 느껴진다"고 감탄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녹지 생태 도심"이라며 "빌딩에 근무하는 직원이 내려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새소리도 듣는 등 즐길 수 있도록 서울을 변화시키는 것이 '서울 대개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운지구 일대가 이처럼 가장 빠르게 바뀔 수 있는 공간으로, 어느 한곳이라도 성공적인 사례가 된다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세운지구를 시작으로 앞으로 서울 시내에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모든 공간에는 이 개념을 적용해 보편적 원칙으로 자리잡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 24일 도심 속 입체공원의 대표 사례인 도쿄 메구로 하늘공원을 찾아 곳곳을 둘러보고 "서울에도 이 같은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서울도 조만간 지상 고속도로를 없애고 지하화 하는데, 이 경우 인터체인지 부분이 굉장히 막힐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어간다"고 전했다.

메구로하늘공원은 고속도로 대교 분기점을 4층 건물과 연결해 옥상에 만든 루프형 입체도시공원이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