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리 전세 사기' 26명 기소…"아무런 자기 자본 없어"

"임차인들을 돈벌이 수단"…공인중개사 최대 50배 수수료
범행 수익 대부분 탕진…범죄집단조직 혐의는 보완 수사 요구

경기 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임차인 928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434억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26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한문혁 부장검사)는 사기 또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무자본 갭투자 업체 대표 A(41)씨, 이사 B(36)씨, 부장 C(35)씨, 허위 임대인 알선책 D(40)씨, 허위 임대인 E(31)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부동산컨설팅 업자와 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사 등 2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중간 수사 결과, A씨 등은 서울·경기·인천 일대에서 자기 자본을 한 푼도 투입하지 않고, 오로지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만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신축 오피스텔·빌라의 경우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서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전세금을 '집값 폭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베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임차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기면서 부동산 거래 질서를 교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초동수사 때부터 전세 사기 전담 검사가 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경찰 수사단계에서는 허위 임대인 알선책 등 3명을, 검찰 수사단계에서는 무자본 갭투자 업체 간부 2명을 각각 구속했다. 약 4개월 만에 대규모 전세 사기 범행의 전모를 밝혀낸 것이다.

무자본 갭투자자와 허위 임대인, 부동산 컨설팅업자 등은 지난 2020년 11월 2일부터 지난해 9월 25일까지 서울 670채, 경기 158채, 인천 100채 등 임차인 총 928명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2434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지급했다.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 및 관련자들의 리베이트(전세보증금의 15~20%) 등을 모두 포함해 전세보증금으로 산정한 후 임차인으로 받았다.

이들은 신속한 물건 확보를 위해 공인중개사에게 법정 중개수수료의 10~50배에 달하는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로 인해 전세 계약 당시부터 실질적 매매대금이 전세보증금에 비해 상당히 적은 속칭 '깡통 전세'가 발생했다.

또 임차인들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해 주겠다고 했지만, 보험료를 대부분 1년 치만 납부했다. 심지어 보험 가입을 누락해 피해 구제가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임차인들은 대부분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으로 삶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을 임차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개를 담당한 이들은 계약과 관련해 '임대인 직접 대면', '서류 교부' 등 당연한 요구를 받았음에도 임차인들이 까다롭게 군다며 오히려 비방하는 행위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등이 임대사업자 명의로 수백 채의 주택을 매수함에 따라 부과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납부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범행 수익 대부분을 코인과 주식,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전세보증금 반환은커녕 세금도 납부하지 못해 압류와 가압류가 됐으며, 후속 임차인을 구하기도 어려운 구조였다.

검찰은 이들에게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으며, 관련 증거가 나오면 공소장을 변경해 처벌을 요청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 죄에 상응한 처벌 및 신속한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여죄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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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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