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벌써 되면 어휴...” 사령탑 기대 넘어서는 문동주, 다시 신인왕 1순위[SS스타]

윤세호 2023. 6. 2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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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발투수 문동주가 지난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힘을 빼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할 때 기량이 정점을 향한다. 투수와 타자 모두 마찬가지다. 문제는 시점이다. 선수마다 힘을 뺄 줄 아는 시기는 천차만별. 2, 3년차에 이를 이루는 천재가 있는가 하면 보통은 5년에서 10년, 때로는 커리어 내내 힘을 빼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는다.

류현진이 천재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루키 시즌이었던 2006년부터 10년차 베테랑처럼 마운드를 운영했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구분해 힘을 조절했다. 무주자시에는 밸런스 위주로 평범한 공을 던지다가 주자가 있을 때는 시속 150㎞를 웃도는 강한 공으로 실점을 피했다. 입단 후 두 시즌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비결은 힘을 뺄 줄 아는 노하우와 부드러운 투구 메커닉이었다.

긴 시간이 지나 한화에 다시 류현진 같은 천재 투수가 등장했다. 고교 2학년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오른 만큼 투수로서 구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그 누구보다 빠르다.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지는 것뿐이 아닌, 변화구 습득력과 제구력, 그리고 밸런스를 활용해 힘을 빼는 모습까지 보이며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한화 신인왕을 바라보는 문동주(20) 얘기다.

실패가 성장하는 지름길이 된다. 개막 한 달 동안 승승장구했던 문동주는 지난달 13일 문학 SSG전부터 25일 대전 KIA전까지 3경기에서 10.1이닝 13실점으로 무너졌다. 이 기간 볼넷 10개, 4사구 12개로 제구가 흔들렸다. 허무하게 출루를 허용하면서 짧은 이닝, 대량 실점 경기가 반복됐다.

당시 최원호 감독은 “너무 힘에 의존하는 투구를 하는 것 같다. 문동주는 밸런스가 워낙 좋아서 힘에 의존하지 않아도 150㎞ 이상이 나온다. 선발 준비 과정에서 힘을 빼는 투구를 하는 것을 신경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구력이 짧은 투수이기에 이를 이해하고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문동주는 사령탑의 의도를 이해한 듯 마운드 위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일 대전 키움전에서 7이닝 1볼넷 무실점 경기를 펼친 것을 시작으로 볼넷이 크게 줄었다. 6월에 치른 5번의 선발 등판에서 27.2이닝을 소화해 볼넷은 6개만 내줬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 2.60. 특히 지난 24일 창원 NC전에서는 개인 최다 8이닝을 소화하며 0볼넷 무실점 피칭으로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두 차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기도 했으나 볼넷을 남발하는 모습은 크게 줄었다.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가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2023. 6. 7.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비결은 뚜렷하다. 무리하게 팔 스윙을 가져가지 않고 밸런스 대로 투구하면서 속구의 제구가 향상됐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가는 속구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필요할 때는 보더라인에 걸치는 속구도 던진다. 꾸준히 볼카운트를 선점하고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의 위력도 커졌다. 힘을 빼고 스트라이크를 넣는 방법을 알아가면서 자신감이 붙고 투구 템포가 빨라진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하이 패스트볼도 구사해 다시 신인왕 레이스 선두권에 진입했다.

최 감독은 과제를 제시하면서도 물음표를 던졌었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동주가 조금씩 힘을 빼는 법을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터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게 벌써 되면 어휴··· 류현진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미소 지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를 준비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6.08.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물론 여전히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 투수다. 볼 배합도 아직은 포수에 의존한다. 타자마다 특성을 분석하고 타자의 의도를 간파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도 힘을 빼고 공을 던지는 느낌을 체득하고 있다. 보통은 수천, 수만개의 공을 던져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경지에 다가간다. KBO리그 최고 투수 안우진도 4년차부터 조금씩 느꼈는데 2년차인 문동주가 벌써 안우진의 길을 따라가려 한다.

성장곡선을 이어가면, 경기 후반 마지막 투구가 전광판에 160㎞로 찍히는 놀라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문동주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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