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아픔을 되새길 수 있는, 임진각에 다녀오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아픈 수식어다. 벌써 6.25전쟁이 일어난 지 73년이 흘렀다. 전쟁은 사실 청년 세대에게 있어서는 아득한 역사의 기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6.25전쟁과 관련된 내용은 학교에서 한국사 시간에만 배웠고, 국가안보 관련 뉴스에서만 듣던 소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직은 우리의 일상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휴전 상태라는 의식을 크게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임진각을 다녀오게 되었다. 분단의 아픔과 슬픔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임진각을 거닐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마음에 가장 깊게 새기고 온 메시지는 전쟁의 아픔을 나와 상관없는 과거의 흔적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6.25전쟁이 시작되면서 멈춰버린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보고 왔다. 교과서에서 6.25전쟁 관련 내용을 배울 때마다 상징처럼 보던 기관차라 익숙한 느낌도 있었다. 해당 증기기관차는 한국전쟁 중에 피폭으로 인해 탈선되며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붉은 녹과 함께 비무장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총탄 자국으로 곳곳이 깨진 기관차의 흔적을 보니 전쟁의 치열함과 무거움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짧은 문구가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증기기관차 앞으로는 평화의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는 우체통이 마련되어 있었다. 임진각에서의 추억이나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작성하여 느린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주소지로 편지를 보내준다고 한다.
우체통에 넣을 수 있는 메시지 외에도 이미 임진각을 다녀간 사람들이 통일을 염원하며 달아 둔 리본이 철조망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길고 빼곡하게 매달린 리본을 보면서, 통일을 향한 사람들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 지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통일을 바라는 그림을 걸어두기도 하고 꽃다발을 놔두고 간 관람객들도 있었다. 리본에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나 그밖의 외국어로 적힌 문구들도 많았다. 내가 임진각을 방문한 날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씨였지만 꽤 많은 외국인들도 임진각을 방문해 안내를 들으며 관람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21세기와 인류평화, 민족통일을 염원하여 만든 평화의 종 앞에서 안내문을 읽는 사람들도 있었고, 군사시설 지하벙커 전시관을 둘러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던 곳은 임진각 평화곤돌라와 임진각 옥상 전망대였다.
평화곤돌라는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의 하늘길을 열어주는 유일한 수단으로, 남쪽 탑승장이 있는 임진각 주차장에서 임진강 너머의 북쪽 탑승장까지 왕복 1.7km를 연결한다. 곤돌라를 타면 옛 주한미군 시설을 탈바꿈한 갤러리 그리브스와 다양한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DMZ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기에 곤돌라를 타기 전에는 현장에서 보안서약서를 작성해야 하며, 실물 신분증을 지참한 일행이 있어야 한다.
임진각 옥상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망원경으로 임진강과 북한 땅을 바라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 역시 망원경으로 임진강 철교 등을 볼 수 있었다. 손에 잡힐 것처럼 거리상으로는 아주 가까운데, 갈 수가 없으니 더 마음 아파지기도 했다.
2017년 평화누리공원 곁에 지어진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도 다녀왔다. 임진각이 단순한 관광 공간이 아닌,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드러낸 슬픔의 공간이라는 점을 한 번 더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다.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은 납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 공간이자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납북은 한자로 ‘끌려갈 납’에 ‘북녘 북’을 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기습남침을 감행한 북한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국가 체제 확립에 필요한 지식인과 전쟁에 필요한 인력을 북으로 납치해갔다. 전쟁 중 납북된 민간인의 전체 규모가 10만 명 가까이 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사실 6.25전쟁의 전개 과정이나 전쟁 이후의 국내외 정세에 대해서는 학교 한국사 시간 때 배웠는데, 납북자나 그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70여 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비극을 보여주는 이 공간에는, 납북의 배경, 전개 과정, 납북자의 고통, 가족의 아픔, 그리고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흔적들이 있었다. 특별전시관에는 납북자 가족들이 기증한 유물 1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 중앙을 장식한 포토 샹들리에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아픔으로 살아가는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죽음의 행진’ 영상과 납북자 가족의 인터뷰, 상황 재현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하루빨리 모두의 상처가 아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기억으로 잊지 못하고, 보고 싶어, 만나야 하는 사람들.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 붙어 있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기념관 뜰에 있는 추모비 앞에 적힌, 잊히지 않을 그들의 이름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슬픔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과 분단의 아픔이 하루빨리 멈추고, 평화롭게 통일을 맞이하는 날이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지민 hanrosa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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