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 “바그너 반란, 푸틴 권력에 균열”…바이든은 젤렌스키와 통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지도부를 상대로 일으킨 반란 사태가 블라디미르 푸틴 체제가 직면한 ‘실질적인 균열’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25일(현지시간) NBC, CNN, CBS, ABC 등 미국 4개 방송매체와 연달아 인터뷰하며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가 푸틴의 리더십을 약화했다고 평가하고,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링컨 장관은 CBS에 출연해 “이번 사태는 푸틴의 권위에 직접적인 도전이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실질적인 균열(real crack)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NBC에 나와서도 “우리는 러시아측에서 점점 더 많은 균열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다”며 “16개월 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며칠 만에 차지해 지도상에서 독립된 국가를 지워버릴 수 있다고 믿었지만, 봐라, 이번엔 스스로 만들어낸 용병으로부터 모스크바를 지켜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언제, 어디로 갈 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푸틴은 앞으로 수주, 수개월 동안 여러 종류의 새로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주도한 반란이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러시아 내부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태가 러시아 내부에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반격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블링컨은 러시아의 핵태세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러시아와 같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불안정이 있을 때마다 이를 매우 주시해 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바그너 그룹의 반란 모의 정황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보당국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이나 위성사진 등 오픈소스 자료와 더불어 용병들 간에 오간 문자나 e메일, 전화통화 정보를 중간에서 가로채 이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은 실제 반란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는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최근 러시아에서 일어난 반란 사태와 우크라이나가 현재 진행중인 반격에 대해 논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속적인 안보, 경제, 인도적 지원을 통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론이 여전히 있지만 이번 사태를 놓고는 양당 모두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였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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