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혜 "'하트시그널 출신' 소개, 이젠 부끄럽지 않죠"[인터뷰]
대학생 시절 '하트시그널' 출연 화제
데뷔 5년 만에 주연급 배우로 성장
"캐릭터에 잘 스며드는 배우 되고파"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한 배우 서지혜가 연기 스펙트럼 확장을 위한 결단을 내리던 순간을 돌아보며 꺼낸 말이다.
1996년생인 서지혜는 배우로 데뷔하기 전인 2017년 채널A 연애 리얼리티 ‘하트시그널’ 시즌1에 출연해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먼저 알렸다. 당시 서지혜는 출연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대학생 출연자로 주목받았는데 이듬해부터 배우 활동에 나선 이후 ‘하트시그널’ 속 모습과 비슷한 새내기 이미지의 역할로만 출연 제안이 계속돼 고민이 많았단다.
3년여 전쯤 머리를 싹둑 자르는 결정을 한 건 그래서였다. 서지혜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머리를 아예 단발로 보이시하게 자른 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서지혜는 단발 변신 이후 올레tv·시즌(seezn) 드라마 ‘크라임 퍼즐’과 KBS 2TV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에 출연했다. ‘크라임 퍼즐’에서는 알고보니 사이코패스였던 강력계 막내 형사 박수빈 캐릭터를 연기했고,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에는 아예 똑단발을 한 채로 배드민턴 선수 이유민 역을 맡았다. 서지혜는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 ‘더 와일드’에서도 다크한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설명을 보탰다.
서지혜는 “머리를 붙이고 출연했더니 그때의 이미지가 보였나 보다. 한동안 그런 반응이 없었는데 다시 생겨서 신기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데뷔 초엔 연기 보다 ‘하트시그널’이란 키워드에 시선이 쏠리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스스로 당당하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하트시그널 때 처음 봤는데 이젠 어엿한 배우가 되었구나’란 댓글을 보고 뿌듯함도 느꼈다”고 밝혔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1987년에 갇혀버린 두 남녀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기를 다룬 작품이다. 서지혜가 연기한 순애는 밝고 긍정적이고 감수성 깊은 19살 문학소녀 캐릭터로 진기주가 맡은 역할이었던 백윤영 엄마의 어린 시절이라는 설정이었다. 서지혜는 “28살인 내가 순수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웃으며 “내가 과거로 돌아가 엄마의 어린 시절을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면서, 또 모든 걸 다 처음 해본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서지혜는 “스태프 분들을 불안감에 빠지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힘들지 않은 척하면서 밝은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뒤 감정이 북받쳐 올라 그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고백했다.
“뒤풀이 때 카메라 감독님이 저와 촬영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촬영 스케줄이 저와 겹치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고도 해주셨고요. 제가 배우 활동을 시작한 이후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처음으로 들어봐서 감동이었어요. 앞으로도 현장에서 그런 반응을 얻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촬영한 ‘하트시그널’이 예상보다 큰 화제를 얻으면서 막혀있던 배우의 길이 조금 더 일찍 뚫렸다. 서지혜는 “과 사무실을 통해 연락이 와서 출연하게 된 프로그램이었다. 사전 제작된 첫 시즌이었다 보니 그렇게까지 화제성이 높을 거라고 예상 못 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프로그램을 발판삼아서 곧바로 데뷔하려는 계획은 없었다. 제가 그 정도로 분석력이 뛰어나진 않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당당하게 연기 경력을 쌓아왔기에 ‘하트시그널 출신’이란 소개가 부끄럽지 않아졌다”는 서지혜는 “캐릭터에 잘 스며드는 배우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틀에 박히지 않은 채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배우로서 엄청 뛰어나게 예쁘거나 색깔이 강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게 여기저기 잘 스며들 수 있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어떤 변신을 하게 될 지 기대된다”고 밝히며 앞날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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