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미어져"…반찬 훔친 80대 '생활고 참전용사'에 달려온 기부자(종합)

노경민 기자 2023. 6. 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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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으로서 참전용사분께 작은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편지 봉투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작성자 A씨의 달필의 글씨체로 빼곡 적힌 6·25 참전용사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A씨는 부산에서 생활고를 겪던 참전용사 B씨(80대)가 마트에서 식료품을 절도하다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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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경찰서에 편지·생활비 담긴 카드 전한 서울 시민
"가장 구석서 외로운 삶, 사회 나설 때"…25명 후원 뜻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도착한 A씨의 편지지.(부산진경찰서 제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국민으로서 참전용사분께 작은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편지 봉투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작성자 A씨의 달필의 글씨체로 빼곡 적힌 6·25 참전용사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A씨는 부산에서 생활고를 겪던 참전용사 B씨(80대)가 마트에서 식료품을 절도하다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B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활에 필요한 반찬을 몰래 훔쳤다는 소식에 가슴이 먹먹했다는 심정을 밝혔다.

A씨는 "1950년 6월25일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선 안 되는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또 "천수를 누리며 좋은 것만 보시고, 드셔야 할 분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진 그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이분들의 피와 땀, 젊음 위에 세워진 땅에서 살고 있는 후손들이 나설 때"라고 전했다.

A씨는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식료품 구매와 생활비에 필요한 소정의 금액이 담긴 카드를 전달했다.

부산진경찰서 전경 ⓒ News1 DB

26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25명이 B씨에 대한 후원 의사를 밝혔다.

B씨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부산 금정구 한 마트에서 7차례 참기름, 젓갈, 참치캔 등 8만원어치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확인해 본 결과 B씨는 6.25전쟁 마지막해인 1953년 참전한 국가유공자였고 제대 후 선원 생활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현재는 일정한 직업이 없어 생활비가 부족해 매달 6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소식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경찰과 보훈청 등에 후원을 희망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후원 희망자들은 경찰에 식료품을 보내거나 계좌번호를 문의했다.

경찰은 전달받은 참기름, 죽, 참치캔 등 식료품과 생필품을 B씨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또 보훈청에 후원 희망자를 연결해 줬다.

부산지방보훈청 관계자는 "보훈청에도 후원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B씨에 대한 지원 방법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주 지자체와 만나 서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사비를 들여 구매한 롤케이크를 관내 참전용사 15명에게 전달했다.

한편 경찰은 B씨를 즉결심판에 넘길 예정이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을 약식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유죄로 입증돼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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