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오컬트의 탈을 쓴 청춘들의 이야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6. 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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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SBS

'오컬트물'이라는 소리에 소름 끼치는 귀신과 이를 물리치는 퇴마 이야기가 잔뜩 담겨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실제로도 악귀가 들린 김태리와 악귀를 물리치려는 오정세가 등장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파헤치고 있다. 다만, 오컬트는 어찌 보면 눈속임이었다. 귀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SBS 금토 드라마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다 악귀와 조우하며 조금씩 악귀에게 잠식되어 가는 구산영은 김태리, 재력가 집안 출신의 민속학 교수로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집요하게 추적해 온 염해상은 오정세가 맡았다.  

/사진=SBS

'악귀'는 탄탄한 출연진 외에도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한국형 오컬트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민속학이라는 소재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악귀'는 방송 초반부터 사건의 큰 줄기를 뻗어나가며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동시에 산영에게 씐 악귀의 정체, 산영에게 악귀가 쓰이게 한 아버지 구강모(진선규)의 의도, 산영에게 씐 악귀가 아닌 다른 악귀의 존재까지 다양한 떡밥들을 남겨 놓으며 다음화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김태리와 오정세, 두 배우들은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김태리는 안쓰러운 삶을 살아가는 공시생 구산영과 구산영의 몸을 빌린 악귀를 동시에 연기하며 일종의 1인 2역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의 설정상 김태리 특유의 밝은 미소는 자주 볼 수 없다. 대신 김태리는 퍽퍽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과 욕망에 잠식돼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드는 서늘한 미소를 동시에 보여주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정세는 그동안 보여줬던 유쾌한 면모를 걷어내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소위 말하는 센스와 사회성마저 민속학에 올인한 염해상이라는 인물은 자칫 이상한 캐릭터로 그려질 수 있지만, 오정세는 이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사진=SBS

'악귀'는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귀신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악귀가 사람들의 욕망을 먹으며 커진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귀신의 이름을 알아서 그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해상의 말도 결국은 악귀가 사람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연이은 죽음을 목격한 뒤에도 "귀신은 없어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에요"라는 산영의 말은 진부하지만 이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여기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고달픈 청춘의 이야기와 보이스 피싱,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등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메시지를 녹여내며 오컬트라는 장르에 현시대의 사회상을 담아냈다. 

이처럼 '악귀'의 초반부에는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 여기에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제한까지 더해지며 기대했던 것만큼의 오컬트적 요소는 배제되어 있다. 청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분량을 할애하다보니 장르물로서의 밀도가 덜하기도 하다. 방송 전에는 아찔한 악귀와 이를 퇴치하는 퇴마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는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귀신일 뿐,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물에 더욱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김은희 작가가 오컬트물 신작을 집필했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가진 시청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사진=SBS

1화 9.9%로 시작한 '악귀'는 2화에서 1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오정세, 홍경 등이 기대했던 합산 30%의 시청률에는 못미치지만 김태리가 이야기한 20%에는 근접한 수치다. 특히 경쟁작이 많은 와중에서도 2화 시청률이 동시간대 및 토요일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악귀'는 이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악귀'가 배정받은 SBS 금토드라마는 최근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프라임타임 시간대이기도 하다. 기분 좋게 출발한 '악귀'가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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