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픽] "푸틴, 배신자 찾아낼 것" '반역자' 프리고진은 살 수 있을까?

최란 2023. 6.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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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란 기자]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이 하루 만에 끝나면서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용병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정치적인 위기에 처해 프리고진을 향한 푸틴의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프리고진 프레스 서비스가 제공한 영상 캡처 사진에 24일(현지시각)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2023.06.24. [사진=뉴시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 정부의 중재 아래 크렘린궁과 바그너그룹이 맺은 합의에 따라 벨라루스로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P통신은 "러시아와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에서 프리고진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994년 권력을 잡은 후 30년 가까이 집권해 온 "유럽에 마지막 남은 독재자"로 불린다. 그는 푸틴의 오랜 친구로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 전술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도록 허용했다.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루카셴코는 결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가 프리고진을 어떻게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기념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망명한 정치 분석가인 아르템 슈라이브만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간다고 그곳에 머문다는 뜻은 아니다"라며"그는 벨라루스에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현지 매체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도 벨라루스로 망명한다고 프리고진의 목숨이 안전하지 않다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에서도 배신자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는 BBC에 "프리고진이 처음에는 벨라루스로 가겠지만 다시 아프리카로 가서 정글 같은 곳에 있게 될 것"이라며 "푸틴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는 현지 정정 불안을 틈타 내전이나 정권의 반대 세력 탄압에 개입하는 바그너 그룹 병력이 배치돼 있다.

프리고진을 따르던 바그너 용병들은 우선 개별적으로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러시아에서 동원 해제되거나 벨라루스로 떠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로스토프나도누=AP/뉴시스]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거리에서 한 주민이 차량에 탑승 중인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셀카를 찍고 있다. 2023.06.25. [사진=뉴시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했고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덧붙여 바그너 그룹 용병들은 반란에 동조했더라도 기소하지 않을 것이며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용병은 국방부와 계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와 관련한 크렘린궁의 발표 내용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ISW는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특정 용병이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불분명한 데다 반란에 동조한 용병의 운명에 대해서는 사면 조치한다는 것 외 다른 점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의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ISW는 전했다. 또 ISW는 비록 크렘린궁과 프리고진이 합의한 사항이라고 해도 "바그너 그룹이 국방부에 통합되는 데 대해 전적으로 협조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며 "러시아 정규군이 바그너 그룹과 함께 기꺼이 복무할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용병들은 아프리카나 중동에 배치돼 바그너 그룹이 이전부터 진행해온 광물 관련 산업에 투입될 수도 있다. 바그너 그룹은 2018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군사 지원 계약을 맺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 등 이권을 챙겨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지난 2010년 9월 20일(현지시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 위치한 학교 생산시설 공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2023.06.25 [사진=뉴시스]

ISW는 "프리고진이 주도했던 독립적 단체로서의 바그너 그룹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조직의 핵심 요소는 새로운 형태로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독일 슈피겔은 프리고진의 무장반란으로 푸틴 대통령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위험을 적시에 파악하고 대처하지 못한 데다 '배신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는 양보까지 하게 되면서 역대 최대 굴욕에 직면했다며 이에 따라 후과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슈피겔의 전망이다.

슈피겔은 푸틴 대통령이 무장반란을 시도한 프리고진을 빠져나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 국경 밖에 새로운 위력 행사로 러시아 내에서 겪은 굴욕을 만회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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