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다시 기승···불법다단계, 은퇴세대 노린다

이성희 기자 2023. 6. 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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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한 60대 A씨는 소일거리를 찾다 인터넷 광고를 보고 한 화장품 업체를 찾아갔다. 찾아간 곳은 책상과 의자만 있는 임시 설명회장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화장품을 파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만 하면 된다며 빨리 가입할수록 수익도 크다고 강조했다.

수당이 어떻게 지급되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해당 업체에 투자했고, 가입 직후 A씨 통장에는 쏠쏠한 금액이 입금됐다. 그러나 몇 달 후부터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회사는 전산 변경 중이라고만 했다. 알고보니 해당 업체는 시·도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다단계였다.

서울시가 A씨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불법 다단계 사기 주의보를 발령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26일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사실상 끝나면서 대면 영업방식의 불법 다단계 활동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1960년대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서 이들의 노후자금을 노린 불법 다단계 범죄가 예상된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불법 다단계는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상품을 매개로 한 수법이 주를 이루지만 근래 들어 블록체인, 가상자산, 플랫폼 사업을 표방하며 투자금을 편취하는 신종 수법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 투자한다는 사업의 실체는 없으며 입금받은 투자금 대부분을 상위단계 소수가 편취하는 불법 금융피라미드일 가능성이 크다.

신고나 제보 없이는 불법 다단계 혐의를 포착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이에 회원가입을 조건으로 상품을 강매하거나 투자금을 요구하면 일단 의심하기,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등록된 다단계 회사인지 아닌지 따져보기, 불법행위가 의심되면 바로 신고하기 등을 ‘불법 다단계 피해 예방 요령’으로 설명했다.

서울시는 매년 정기 점검과 특별점검을 수시 시행하고 있다. 6월 현재 불법 다단계 범죄 정황이 포착된 7개 업체를 형사입건해 수사 중이다. 서영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서민경제에 피해를 유발하는 어떠한 불법에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불법행위를 목격하면 신속하게 서울시에 제보해달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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