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70석 목표” 제시한 대통령…당내에선 ‘尹心’ 공포 여전

이원석 기자 2023. 6. 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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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등 검사 출신 5인방과 측근·참모 50명 넘게 출마설 
“윤 대통령은 ‘이기는 공천’ 원해”…외곽에서 조직 꾸리는 尹 ‘40년 지기’?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여권이 내부적으로 총선 준비 모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여권 관계자들이 모인 사석에서 내년 총선 목표 의석수를 '170석'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맞춰 여권은 여러 전략적 구상을 하면서 총선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압도적 승리"(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의 표현)로 만들기 위해 발맞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곳곳에서 균열 조짐도 포착된다. 특히 여당 내부를 동요케 하고 있는 '검사 대거 공천설'과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 공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외곽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세를 규합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불안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시사저널은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여권의 내부 상황을 살펴봤다.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6월20일(현지시간)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프레젠테이션(PT)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청 한마음…총선 결과로 나타날 것"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6월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에 대한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시 야권에 과반을 내준다면 정권 후반기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여권도 이러한 인식 속에 대통령실과 정부, 집권여당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면서 총선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고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회의를 열어 만나고 있고, 실제 최근 노동계와 교육계 등에 대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에서도 긴밀한 삼각 공조를 벌이는 모습인데 이는 내년 총선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압도적 승리'가 필수"라면서 "정부가 즉흥적으로 정책을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당·정·대가 한마음으로 논의하고 토론해 매우 전략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것이며, 이는 총선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최근 자체적으로 △국회의원 정수 10%(30명) 감축 △무노동 무임금 제도 △불체포특권 포기 등 국회 3대 개혁 방안을 들고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총선용 행보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기현 당대표는 6월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같은 안들을 제시하면서 "저와 국민의힘부터 성찰하겠다. 그리고 달라지겠다"며 "국민의 삶을 돌보는 정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더 나은 대한민국을 여는 정치를 다짐한다"고 말했다. 앞의 당 핵심 관계자는 "조금 과장해 말하면 지금부터 행해지는 당의 모든 행보는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국회 개혁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한 여러 파격적인 구상들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구체화돼 공개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최근 검사 대거 공천설에 대해 재차 일축한 것도 주목됐다. 여권 내에선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 측근 위주의 공천, 특히 검사 출신 공천이 대거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 등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게 공포감을 키웠다. 김 대표는 한 달 새 3차례나 관련 내용에 대해 거론했는데, 6월2일 전국 당협위원장들이 모인 워크숍에선 "'낙하산 공천' 이런 말에 구애받지 말고 '실력 공천', 그 말만 여러분 머릿속에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고 다독였다. 이어 그는 6월15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당헌·당규에 의한 시스템 공천을 철저히 하고 공천 과정에 사심 개입이 배제되도록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선언했고, 6월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선 "제가 장담하는데 검사 공천은 절대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같은 자리에서 김 대표는 "윤 대통령과 일대일 회담을 굉장히 자주 해왔다. 제 기억으로 일대일로만 10번 이상은 만난 것 같다"면서 "만남 이외에 (대통령과) 전화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밤늦게도 새벽에도 전화 주고받으면서 현안 논의를 나누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이러한 사실을 깜짝 공개한 것은 윤심 공천설과 함께 정치권 내에서 떠도는 윤 대통령의 여당 지도부 불신설, 지도부 허수아비설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김 대표의 잇단 해명에도 여권 내 의구심은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감지된다. PK(부산·울산·경남)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측근, 대통령실 인사들의 출마설이 구체적으로 지역까지 거론되면서 돌고 있는데, 들어보면 그저 소문이 아닌 게 당사자로부터 직접 (출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한 수도권 지역의 당협위원장도 "김 대표를 신뢰하지만, 당 지도부의 중요한 의사결정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5인회' 등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으니 불안하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날아와 꽂히진 않을지, 공천에 영향이 있진 않을지 떨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 번째)와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 등 고위 당정 협의 참석자들이 6월18일 총리공관에서 함께 걷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의사결정도 '윤핵관 주도' 얘기 나와 불안"

실제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여러 측근 인사의 출마설이 이미 오래전부터 떠돌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 검사 출신 최측근 5인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대통령실의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이다. 구체적으로 지역까지 거론되기도 하는데 한 장관의 경우 서초·강남 혹은 송파 출마설이 돌고 있다.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고 출신인 한 장관은 서초구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현재는 강남구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그가 송파구로 이사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한 장관은 "최근 송파구 쪽에 가본 적도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복현 원장의 경우 고등학교를 다녔던 동작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경남 진주 출신인 주진우 법률비서관 역시 고교 시절을 보낸 부산 남구 혹은 바로 옆 수영구 출마설이 돌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공개 석상에선 출마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사석에서 많은 권유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다수의 여권 관계자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검사 출신 측근들뿐만 아니라 현재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수석급 참모들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경우 원래부터 정치인이었던 만큼 그 출마설이 더욱 구체적인데 당내에선 이들에 대한 불만이나 우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당초 마포에서 정치활동을 했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3월께부터 자신의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에 자주 출몰하며 출마설에 휩싸였다. 그는 주말에도 지역 행사에 참석해 명함을 돌리고, 한 지역 단체의 회장 취임식에 대통령 봉황 문양이 새겨진 깃발을 보내 위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원래 지역구였던 부산 동래구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출마 예상 지역이 대부분 여당의 텃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해당 지역구에는 이미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다른 지역의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정정당당하게 누구나 도전할 수는 있지만, 지금 그 지역을 열심히 관리하고 있는 현역이 있는데도 자연스럽게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힘이 실리는 듯한 얘기가 나오는 건 상당히 지역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일"이라면서 "반복되는 윤심 논란과 측근들 출마설에 다른 지역 의원들도 긴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사자들도 괜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외에도 대통령실 내에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행정관급까지 합치면 50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을 일찌감치 내보내는 게 좋겠다"고 발언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지난해 말부터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윤 대통령은 측근 인사들의 총선 출마에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가깝고 신뢰하는 참모들일수록 총선 출마가 아니라 계속 함께 대통령실에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언론에서 측근들에 대한 출마설을 보도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상당한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측근들에게 "어차피 총선은 내가 치르는 것"이라고 얘기해 왔는데, 총선 공천에 대해서도 반드시 '이기는 공천'이 돼야 한다고 자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검사 공천이니 뭐니 말이 많지만 결국엔 이기는 공천으로 이기는 총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공천에 대해 윤 대통령과 생각이 일치한다고 말했던 김기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이번 총선을 이겨야 하는데, 총선을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당연한 생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170석' 목표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입장에선 너무 일찍부터 참모나 측근들의 출마가 공식화되면 여권 내부의 분위기가 와해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총선이 가까워지면 윤 대통령이 (출마를) 원하지 않아도 개인들이 강하게 원하면 나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검사들이나 측근들의 출마는 막을 수도 없고 실제로도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다. 그게 정치의 생리"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석동현, 최근 파리 등 해외도 특별 동행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의 최측근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외곽에서 심상치 않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최근 차기 총선을 대비해 윤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조직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 처장은 최근 프랑스-베트남 순방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해외 방문에도 여러 차례 동행했는데, 그만큼 윤 대통령이 신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전직 국회의원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다른 의미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비대위 전환설, 측근 공천설 등이 당내에서 계속 거론되는 가운데 대통령과 사적 인연이 깊은 최측근 인사가 당 밖에서 움직인다는 건 당내 인사들에겐 신경 쓰이고 불편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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