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이들 위한 '겟팅아웃', 희망과 용기 담았죠"
살인죄로 복역후 출소한 여성, 2인 1역 캐스팅
상반된 감정 표현으로 연극적 재미 선사
"쉽지 않은 작품, 배우로서 한계 깬 경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토록 기구한 삶이 또 어디 있을까.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극단 연극 ‘겟팅아웃’의 주인공 알린·알리 이야기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사 노먼의 희곡을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이 무대화한 작품이다.
배우 이경미(33), 유유진(29)이 각각 알린, 알리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두 배우에게도 이번 작품은 심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품의 메시지에 공감하며 공연을 준비해왔다. 개막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두 배우는 “쉽지 않은 역할이라 연습이 끝나면 공허한 기분이 들었고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공연을 끝까지 본다면 희망과 용기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배우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난 사이다.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한 이는 고선웅 연출이다. 이경미는 2012년 데뷔작 연극 ‘뜨거운 바다’, 그리고 ‘리어외전’으로 고선웅 연출과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유유진은 고선웅 연출과 같은 중앙대 출신. 대학 시절 고선웅 연출과 만난 인연이 있다.
“10년 전 학교에서 연출님에게 인사를 드린 적 있는데, 그걸 기억하셨나봐요.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 연극 ‘아마데우스’에 출연할 때 오디션 연락을 받았죠. 1막의 첫 긴 독백을 연기했는데,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라 대사를 달달 외워서 갔어요.” (유유진)
“연출님이 저 닮은 애를 알리 역으로 뽑았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유진이를 만났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알리를 연기할 때 유진이의 눈을 보면서 왜 연출님이 저와 유진이를 같이 캐스팅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이경미)
실제 무대 위에서 두 배우가 함께 연기를 주고 받는 장면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각자의 연기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으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특히 유유진은 이경미의 연기를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유유진은 “언니는 정말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고 캐릭터를 오래 생각해 진주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겟팅아웃’(Getting Out)은 ‘출소’, ‘탈출’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알리가 상처를 이겨내고 알린으로 거듭나듯, 두 배우 또한 ‘겟팅아웃’을 통해 배우로서의 한계를 이겨내고 한 단계 성장했다.
이경미는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 매 작품 이걸 어떻게 깰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이번엔 알린을 연기하면서 저를 지우고 알린이 지닌 깊이를 찾아가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유진은 “연습할 때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썼는데, ‘겟팅아웃’을 하면서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겟팅아웃’은 희망을 전하는 작품이지만, 희망에 이르는 과정은 길고 험난하다. 2막 중반,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어떤 사건이 등장하기 전까지 관객은 알리와 알린이 겪는 온갖 수모와 상처를 함께 경험해야 한다. 이경미, 유유진은 “상처가 많은 알리와 알린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다 보면 관객도 어느새 이들을 응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겟팅아웃’은 오는 7월 9일까지 공연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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