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목조도시, ‘미래의 콘크리트’로 만든다

곽노필 2023. 6. 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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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남쪽 25만㎡ 터에
10년간 목조 빌딩 30동 신축 계획
스웨덴에서는 목조건물로만 이뤄진 도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스톡홀름우드시티 제공

2010년대 이후 친환경 바람을 타고 철근콘크리트 대신 목재를 자재로 쓴 고층건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은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지상 25층 주상복합아파트 어센트(Ascent)로 지상 높이가 86.6m에 이른다. 이전 최고 기록 보유 건물이었던 노르웨이 오슬로의 지상 18층 미에스토로네(높이 85.4m)보다 1.2m가 높다.

스위스에서는 높이 100미터가 넘는 목조 건축물이 등장할 전망이다. 취리히 인근에 들어설 이 건물은 주상복합으로, 예정대로 2026년 완공될 경우 100미터 시대를 여는 최초의 목조건물이 된다.

독일 베를린에선 높이 98m, 스위스 로잔에선 높이 85m의 주거용 하이브리드 목조건물 건축 계획이 발표됐다. 캐나다 토론토에선 높이 90m의 31층짜리 목조아파트 건축 계획이 나와 있다.

스웨덴에선 단일 건물이 아니라 아예 도시 전체를 목조건물로 조성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스웨덴의 도시개발업체 아트리움 륀베르그는 최근 목조 건물들로 이뤄진 ‘스톡홀름나무도시’(Stockholm Wood City)를 건설하는 세계 최대 목조 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스톡홀름 남쪽 시클라지역의 25만㎡ 부지에 30동의 목조 건물을 지어 2천가구의 집과 7천개의 사무실 공간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2025년 공사를 시작해 10년 동안 14억달러(1조8천억원)를 들여 완성할 계획이다. 첫 건물은 2027년 완공이 목표다.

목조 건물 30동을 지어 2천가구의 주택과 사무실 7천곳을 공급한다. 스톡홀름우드시티 제공

온실가스 배출량의 40%가 건물 부문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건축자재 조달과 공사에서 10%, 건물 운영에서 28%가 나온다. 따라서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세계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목조 건축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탄소 격리 효과다. 목재를 쓰면 나무가 자라는 동안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 탄소를 그대로 가둬둘 수 있다. 이 회사 아니카 아네스 사장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목재를 사용하면 콘크리트와 강철로 건물을 지을 때보다 탄소발자국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산림 자원이 매우 풍부한 나라다.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69%로 핀란드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는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도 매년 상당한 양의 목재를 건축용 자재로 공급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목조건물은 나무를 엇갈리게 겹겹이 붙인 뒤 압착한 집성목을 건축자재로 쓴다. 스톡홀름나무도시 전경.

목조건물, 어떤 점이 좋을까?

목조 건축에 쓰이는 목재는 나무를 엇갈리게 겹겹이 붙인 뒤 압착한 집성목이다. 미래의 콘크리트라고도 불리는 이 목재는 콘크리트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콘크리트만큼 세고 화재에도 강하다. 나무를 여러 겹 붙여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불이 나도 겉부분만 시커멓게 타고 안쪽으로는 불이 번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 목조건축물 어센트에 쓰인 집성목은 화재에서도 3시간 동안 견뎌내는 시험을 통과했다.

집성목 건물은 콘크리트 건물보다 습도 조절에 유리하고 지진에도 강하다. 목재 접합부들이 지진에 의한 흔들림을 상쇄해준다.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규격에 맞게 가공한 목재를 가져와 곧바로 조립할 수 있어 건축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콘크리트 시공에 비해 공사 소음도 적다. 나무라는 자연의 재료가 가진 친환경성과 심리적 친밀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미니멀하고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조밀하면서도 개방적인 공간으로, 숲의 평온함이 깃든 도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열 효과가 좋은 녹색 지붕과 자연채광 효과를 높이는 대형 창문 등 자연적인 요소들을 건축구조에 담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구현할 계획이다.

건물 부문은 세계 에너지 소비에 차지하는 비중도 35%나 된다. 이 회사는 새로 조성하는 목조도시의 에너지도 자체적으로 생산, 저장, 공급하는 시설도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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