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처럼 하더라고"…'ERA 27.00' 급작스런 시련, 그때의 땀이 해결해줄까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진짜 혼자 열심히 했어요. 미친놈처럼 하더라고."
지난해 10월 마무리캠프를 시작할 때였다. 당시 두산 베어스 우완 이영하(26)는 선린인터넷고 시절 학교폭력 관련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특수 폭행, 강요, 공갈 등의 혐의였는데, 이영하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무려 9개월 동안 잠시 유니폼을 내려놓고 법정에서 무죄 입증을 위해 싸웠다. 이영하는 1심 결과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힘겹게 선수 생활을 다시 이어 갈 수 있었다.
무고한 혐의로 유니폼은 빼앗겼어도 공을 내려놓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재판 기간 미계약 보류선수 신분이었던 이영하는 공식적으로는 선수단과 함께 훈련할 수 없었지만, 구단 훈련 시설을 빌려 개인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영하는 이 기간을 헛되게 쓰지 않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 훈련량을 평소보다 더 늘려 구슬땀을 흘렸다.
이영하는 이 기간을 되돌아보며 "당시에는 웨이트트레이닝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권명철 투수코치는 재판 기간 이영하가 땀 흘리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권 코치는 "지난해 마무리 훈련 때부터 본인이 '이제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느낀 것처럼 행동했다. 그때 (이)영하는 같이 훈련은 못해도 혼자 연습을 많이 했다. 정말 미친놈처럼 하더라. 진짜 열심히 해서 내가 '너 왜 그러냐'고 했을 정도였다. 준비를 정말 잘했다"고 했다.
권 코치는 이영하가 2016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지도한 스승이다.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영하가 어떤 선수이고,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런 권 코치의 눈에도 이영하는 재판 전과 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게 보였다. 권 코치가 "옛날이랑 지금은 천지차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준비를 철저히 했기에 팀이 필요로 할 때 바로 1군에 합류할 수 있었다. 당초 두산은 이영하를 지난 1일 정식선수로 등록하고, 퓨처스리그에서 4경기 정도는 등판하게 한 뒤 1군에 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딱 그때 셋업맨 정철원(24)이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에 휘말리면서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당장 1군에 수혈할 투수가 필요했다. 이영하가 퓨처스리그 단 1경기만 던지고 1군의 부름에 응한 배경이다.
푹 쉬고 온만큼 초반 페이스와 구위는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 가까이 찍혔고, 체력도 자신 있었다. 지난 11일까지 등판한 5경기에서 3홀드, 6⅓이닝, 평균자책점 1.42로 맹활약하며 재판으로 날린 9개월의 아쉬움을 단번에 털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기점으로 최근 6경기 등판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2패, 1홀드, 2⅔이닝, 평균자책점 27.00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돼 있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영하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구위를 믿고 필승조로 계속 기용했으나 접전마다 제구가 말을 안 듣는 탓에 안 좋은 결과가 반복됐다.
이영하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9.00까지 치솟았다. 평균자책점 9점대 투수를 계속 필승조로 기용할 수는 없는 일. 이 감독과 권 코치는 결국 변화를 주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 당분간 이영하를 롱릴리프로 돌려 밸런스를 되찾을 시간을 주고, 이영하의 빈자리에는 좌완 최승용(22)을 투입하려 한다.
이 감독은 "본인이 부담감은 안 가진다고 하는데, 타이트한 상황에서 조금 본인 스스로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는 게 아닐까 싶다. 구위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1군에서 계속 던질 예정이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편한 상황에서 던지면 구위가 좋아지지 않을까 투수코치와 상의했다. 아주 타이트한 상황보다는 조금 더 편한 상황에서 길게 던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하는 잠깐의 조정 기간을 거쳐서 다시 필승조로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이영하의 구위에 다시 제구력까지 갖춰진다면, 두산은 다시 이영하-박치국-정철원-홍건희 등이 버티는 강력한 필승조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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