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인생 60년… 일상·자연서 ‘행복의 빛’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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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특히 미술 작가는 괴팍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경기 마석에서 뮤지엄을 30여 년 운영하며 수많은 작가들을 만난 이연수 모란미술관장은 "드문 인품을 지닌 분"이라며 "조각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당신 작품에 대한 자부를 들먹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백 작가는 "나이가 들어서 작업을 하기가 힘든 탓에 이번 전시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요즘 아크릴 조각에 힘쓰고 있다"라고 작업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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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 ‘기우제’엔
전쟁과 가난의 기억 담아”
나무·돌·흙·청동·LED …
다양한 재료 활용 작품선봬
“요즘에는 아크릴로 작업 중
조형언어의 세계 끝이 없어”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예술가, 특히 미술 작가는 괴팍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올해 84세의 백현옥 조각가는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 주는 분이라고. 경기 마석에서 뮤지엄을 30여 년 운영하며 수많은 작가들을 만난 이연수 모란미술관장은 “드문 인품을 지닌 분”이라며 “조각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당신 작품에 대한 자부를 들먹인 적이 없다”라고 했다.
현재 모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하고 있는 백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그의 질박한 성품이 묻어나는 듯하다. 일상과 자연의 모습을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형상의 조각으로 빚어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공감을 하게 만든다. 나무, 돌, 흙, 청동, 솥뚜껑, FRP, LED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그의 작품들은 60여 년 작업의 공력이 도달한 구상 조각의 도저한 경지를 보여준다.
‘둥지’ ‘남매’ ‘키 쓴 아이’ ‘연과 소년’ 등의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어린 시절의 기억을 따스한 시선으로 되새겼다. 어린아이가 자기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요지경’은 익살스러운 모습이어서 슬며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우리 세대는 전쟁과 가난에 시달렸잖아요. 그 기억이 작품에 들어와 있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남북 화해에 대한 염원, ‘보릿고개’와 ‘기우제’는 풍요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았지요.”
그의 작품은 청동 조각 ‘향(向)’처럼 가족 모습을 담은 것이 꽤 있는데, 일상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다. 역시 청동 조각 ‘바이올린 켜는 소녀’, ‘가을의 문’ 등은 워낙 섬세하게 빚어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 느낌을 준다. 각기 청동과 테라코타로 조각한 여인상들은 ‘기다림’이라는 부제가 아니더라도 그 간절함이 전해진다.
대리석과 청동으로 만든 ‘다문화 가족’은 백 작가의 작품으론 이례적으로 반추상의 모습으로 세상의 어울림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미술대학에서 30여 년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했다. 그중 한 사람인 최성철 조각가는 “어렸을 때부터 뵙고 조수까지 한 바 있는데, 작품 조형 능력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백 작가는 “조형 언어의 세계는 끝이 없는 듯하다”라며 “제 작품에 만족하지는 못한다”라고 했다.
백 작가는 “나이가 들어서 작업을 하기가 힘든 탓에 이번 전시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요즘 아크릴 조각에 힘쓰고 있다”라고 작업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그는 “누가 와서 이야기를 할 때조차 손으로 무엇인가를 무의식적으로 다듬는다”라며 웃었다.
그가 근년에 힘써 온 아크릴 조각은 이번 전시에 ‘쥐가오리’ 등의 이름으로 나왔다. 이 작품은 아크릴 뒷면을 음각으로 파낸 역부조에 조명을 설치해 빛이 이끌어 내는 환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과거에는 형광등으로 했는데, 지금은 LED를 활용한다. 건축조명을 전공한 딸(백승주 칸델라 예술과건축조명연구소 소장)이 작업을 도와준다고 그는 자랑했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며 좋아해 주니,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는 느낌이에요. 내가 그동안 잘 살았구나, 싶습니다. 생애의 남은 시간도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채워야 하겠다고 의지를 다집니다.” 전시는 7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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