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중재' 벨라루스 루카셴코의 승리?…"장기적으로 후회할 것"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이 하루 만에 끝나며 반란을 주도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벨라루스 망명길에 올랐다.
바그너그룹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 끝에 철수를 결정했는데, 일각에서는 벨라루스가 협상 중재로 선전전에서는 승리를 거뒀을지 몰라도 이번 결정을 두고 장기적으로 후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25일(현지시간) 유럽리더십네트워크의 러시아-서방 정책 연구원 카티아 글로드는 AFP통신에 "벨라루스에서 그(프리고진)의 존재는 보안군의 충성도가 가장 중요한 땅(벨라루스)에 '다중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얻는 유일한 이득은 잠재적인 반란에 맞서 프리고진을 개인 군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벨라루스의 야권 유력인사인 파벨 라투슈코도 "프리고진은 루카셴코에게 선물이 아니다"라며 "독재자인 푸틴은 프리고진의 손에 겪은 굴욕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것은 독재자 자신에게 전략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루카셴코의 작고 전술적이며 인위적이고 피상적인 승리"라고 지적했다.
1994년부터 집권해 온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 8월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그는 대선에서 80% 이상 몰표를 받으며 6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곧이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고, 26년 동안 권좌를 지켜온 루카셴코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반정부 시위가 촉발했다.
이때 시위를 가라앉힌 것이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보안 요원과 자금을 보내 루카셴코 대통령을 지원했고, 반정부 시위도 멎었다. 이전까지 러시아와 거리를 두던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후 완전히 푸틴 대통령의 편으로 돌아섰다.
벨라루스는 경제, 국방 등과 관련된 많은 부분을 러시아에 양보했고, 벨라루스의 외교 정책을 러시아의 외교 정책과 일치시키며 러시아의 최대 우방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2020년 반정부 시위를 억제함과 함께 벨라루스 내부에서는 탄압이 이어져 왔다. 벨라루스 내 인권운동 단체인 뱌스나(Viasna)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500명이 정치범으로 수감돼 있다.
이처럼 러시아를 등에 업고 30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반란을 중재하기 위한 협상에 나선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다만 이 중재가 '등 떠밀려' 이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전략·기술 및 군비 통제 책임자인 윌리엄 알베르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할 것"일이라며 "푸틴이 '부탁 좀 들어달라'고 말한다면 이것이 일종의 영향력이 되기를 바라며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드 연구원도 "나는 그것(협상 중재)이 루카셴코 자신의 의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가 러시아에 의해 이용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반란 사태로 러시아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루카셴코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애트랜틱카운슬의 한나 리우바코바 연구원은 "루카셴코의 입장이 중재를 통해 강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의 정권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푸틴의 권위가 약해지며 벨라루스 정권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와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약 1000㎞에 달하는 거리를 진격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후퇴했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 정부 중재 아래 크렘린궁과 바그너그룹이 맺은 합의에 따라 벨라루스로 갈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이날 밤늦게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나는 것이 목격됐지만, 벨라루스에 도착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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