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빚, 재활..이테의 고백 '소리선'[인터뷰①]
자신의 내면 어두운 곳 자리한 이야기를 드디어 꺼내놨다. 음악을 지우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우고, 도박에 중독된 삶을 살던 래퍼 이테(ITE)가 이제야 진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테는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첫 정규앨범 '소리선'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정오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 '소리선'은 이테의 첫 정규앨범이자 레이블 미드나잇 먼치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처음으로 내놓는 음반이다.
더블 타이틀곡 'In The Booth'와 '다 가운데 (Feat. 류지호 from 오월오일)'를 포함해 '리스폰 서울 (With From All to Human & Khundi Panda)', '월 로제 (Feat. 이람)', '퉁', 'Money Fever', '별장', 'Sick Joke (Feat. Blesssing)', '스텔라 룹', 'Same Book' 등 총 11개 트랙이 서로 유기적인 구성으로 수록됐다.
이테는 이번 앨범으로 대중에게 새로운 자신을 선보인다는 포부를 담아 아이테에서 이테로 활동명을 변경했다. 무엇보다 내면 속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이야기, 즉 그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적 없는 가장 개인적인 서사를 '소리선'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어 "그러던 중 래퍼 쿤디판다에게 랩 레슨을 의뢰했는데 (쿤디판다가) 레슨이 어려운 케이스라면서 오히려 교정을 해주는 게 낫겠다고 하더라. 앨범을 만들어 가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줘서 '소리선' 첫 단추가 꿰어졌고 쿤디판다가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까지 맡아줬다"라고 앨범을 기획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타이틀곡은 1번 트랙 'In The Booth'와 10번 트랙 '다 가운데'로 정했다. 이에 대해 이테는 "타이틀은 무거운 트랙이 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며 "'In The Booth'는 인트로 곡이면서도 앨범 전체 무드를 잘 아우른다. 쿤디판다 역시 이 곡이 앨범 전체를 대변해주는 얼굴일 거라고 판단했다. '다 가운데'는 현재의 나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해서 그 두 곡이 타이틀로 선정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테는 '소리선'을 통해 자신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냈다. 과거 포커 선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그는 수년 간 도박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는 마찰을 겪었고,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에 대해 풀어낸 음악들이 바로 '소리선'이다.
이테가 내놓은 '도박 중독'이라는 키워드는 무거우면서도 자극적이다. 듣는 이들을 자극할 요소가 충분한 테마이지만 이테는 이것을 대놓고 입에 올리기 보다 은유,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소리선'은 예상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생각보다 덤덤하다.
'이야기하고자 한 내용을 직설적이지 않게, 은유 혹은 비유로 적은 이유가 있냐'라는 질문에 이테는 "은유와 비유를 앨범 앞 트랙들에 담았다"라며 "내가 도박 중독을 겪으며 느낀 게 있다. 어떤 중독 상태든지 아니면 다른 안 좋은 것에 빠지게 된다든지 하면 미사여구가 많아지는 것 같다. 자신이 중독에 빠진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예쁜 말들로 합리화 하는 거다. 그래서 앞 트랙들은 그런 느낌으로 실어봤다. 어떤 분들은 '이게 뭔 소리야' 싶을 수도 있지만 초반부터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테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포커 선수로 활동하다 도박 중독에 빠지고, 이후 리햅(Rehab) 기간을 보내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털어놨다. 군 전역 후 처음 포커를 접한 그는 약 5년 동안 그 생활에 빠져 있었으며, 결국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그제서야 가족에게 오픈하게 됐다고.
이테는 "당시엔 빚을 해결하려는 목적 하나만으로 가족에게 (도박 중독임을) 오픈했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니까 '새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마음가짐은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부모님께서 내 빚을 두고 회의를 오래 하셨는데 두 분 사이에서도 이견이 생겨서 그중 가운데를 제시하셨다. 일단 중독치료센터를 다녔고 일정 기간 약을 복용했다. 도파민 분비를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복학한 뒤 매주 서울에 올라와 상담을 받았다. 그때 나는 '치료나 상담을 받는다고 극복하는 건 전혀 아니구나'를 느꼈다. 그곳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테는 또 "많은 사람들이 빚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데 아버지는 절대 빚을 갚아주면 안 된다는 철칙을 세우셨다. 그게 나에겐 또 하나의 잭팟이 될 거라는 뜻에서였다. 물론 (부모님에게) 조금의 도움도 받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끝에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빚을 갚은 날 가족들과 모여 축하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때 내게 가장 중요했던 건 매일 이뤄내는 작은 성취였다. 당시엔 매일 감사 일기를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하루를 마무리 짓는 작은 완료 경험들이 안 좋게 물들어 있던 걸 조금씩 옅어지게 하더라. 그때 쓴 감사 일기를 보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았고, 현재 초고 작업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 세계에 몸 담고 있으면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는데 특히 꿈이나 목표 없이 돈만 좇는 사람을 많이 봤다. 나도 그랬고, 그게 좋다고 여겼다. 포커를 치고 있을 때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1 출연자 모집 소식이 뜬 거다. 그때가 아침 7시였는데 순간 '나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황금 같은 5년을 그렇게 날렸다"라고 떠올렸다.
'소리선' 수록곡들에는 '가운데'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쓰여졌다. 더블 타이틀곡 제목이 '다 가운데'라는 점만 봐도 현재 이테에게 '가운데'라는 단어가 단어 그 이상의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이테는 "화자가 넘지 못하는 선 뒤에 있고, 그걸 안 좋은 방식으로 넘어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내용이 결국 '소리선'이다. 하지만 듣는 분들은 꼭 그렇게 보지 않으셔도 된다. 봉준호 감독의 말 중에 '영화에서 메시지를 찾지 마라'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 또한 앨범이 담은 주제보다 음악 그 자체의 재미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필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다 균형이 잡혀 있고 이분법적으로만 나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선'이라는 개념이 재미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선을 걸으면 두 면으로 무조건 나뉘고,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게 삶이다. 양면적인 삶. 여전히 애매한 가운데에 서 있으나 말미에 이르러서는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다른 마음가짐을 갖는 것, 그게 바로 내가 느낀 점들이다"라고 밝혔다.
(인터뷰②에 계속)
김노을 기자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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