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집권 여당 압승…‘경제 회복’ 먹혔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25일(현지시간) 실시된 2차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단독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경제 회복을 이끈 미초타키스 총리에 한번 더 힘을 실어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내무부는 개표가 90% 넘게 진행된 결과, 중도 우파 성향의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이 40.55%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17.84%에 그쳤다.
2020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2차 총선에서는 제1당이 득표율에 따라 최소 20석에서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전체 300석 가운데 158석을 차지하며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당 대표인 미초타키스 총리 역시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국민들이 우리에게 넉넉한 과반 의석을 준 것은 개혁을 추진하라는 명령”이라며 “임금 인상과 의료 시스템 개혁을 통해 견실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신민당은 지난 1차 총선에서 40.79%를 득표해 전체 300석 중 146석을 확보하며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스는 원내 제1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연정 협상에 돌입하고,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2차 총선을 치른다. 그러나 신민당은 단독 정부 구성을 위해 바로 연정이 아닌 2차 총선을 선택했고, 2차 총선에서 시리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성공을 거뒀다.
그리스 유권자들은 2019년 집권 이후 자국 경제를 회복·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미초타키스 총리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취임 초부터 경제 부흥을 최우선에 두고 기업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수출 증대 등 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총리의 이력 역시 ‘경제통’이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하버드대에서 사회과학 학사·경영학 석사(MBA)를 딴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켄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의 아버지는 1990년대 그리스 총리였으며 여동생은 외무장관을, 조카는 아테네 시장을 역임한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 결과 그리스는 2010년 국가부도에 몰렸을 때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받았던 구제금융을 지난해 3월 졸업했다. 경제 성장률은 2021년 8.4%에 이어 지난해에도 5.9%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5.4%, 3.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선 성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신민당 집권 초기인 2020년 206%에서 지난해 171%로 떨어졌다. 국가 신용등급 역시 투자적격(BBB-)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미초타키스 정권에는 악재도 많았다. 지난해 ‘그리스판 워터게이트’로 불린 도청 사건이 터져, 국가정보국이 야당 의원과 언론인, 기업인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 배후로 지목된 미초타키스 총리 역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또한 지난 2월엔 그리스 사상 최악의 열차 충돌 참사가 발생해 정부 규탄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났다. 지난 14일 그리스 앞바다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600명 이상이 사망·실종한 것 역시 정권의 능력과 도덕성에 흠집을 냈다.
그렇지만 결국 경제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며 미초타키스 총리와 신민당이 이러한 정치적 악재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 정치·경제 분석기관 ‘매크로폴리스’의 닉 말쿠트지스 연구원은 “그리스를 심각한 부채 위기와 구제금융에서 벗어나게 한 미초타키스가 유권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이전 정치인들에 비하면 그는 자신의 맹세를 지킨 사람”이라고 CNN에 설명했다.
펠로폰네소스 대학 정치학 교수 파노스 콜리아스타시스는 2020년 난민 위기 이후 그리스 유권자들이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이웃국이 난민 수천명을 그리스로 밀어넣으려 했고 미초타키스 정부는 신속히 대처했다. 대부분의 대중은 이주 문제를 국가 주권에 대한 외부적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BBC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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