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세방산업에 감춰진 맏딸 230억의 비밀…‘뒷배’ 세방전지
이려몽씨, 세방산업 지분 21% 핵심 재산
2020년 150억에 처분…배당수입도 80억
세방전지 계열빨이 비결…한때 매출 99%
올해 5월, 중견 물류·제조업체 세방(世邦)의 오너 2세가 주력사 세방전지 지분을 단 한 주도 남김없이 싹 팔아치웠다. 원래는 계열 주식이 4개나 됐지만 지금은 딱 1곳뿐일 정도로 그간 현금화에 치중해 왔던 이다.
창업주 이의순(100) 명예회장과 2대 경영자 이상웅(65) 회장 부자(父子) 합작의 2세 3남매 재산분할 ‘비법노트’의 제2장은 두 딸이 주인공이다. 현 세방 지배구조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보면, 창업주의 2세 자매 얘기를 빼놓고 갈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이 회장의 경영권 자체인 2억원짜리 개인회사 이앤에스글로벌이 지금은 주력 ‘3인방’ 덕에 먹고 사는 것([거버넌스워치] 세방 ⑤편)처럼 누이들 또한 빵빵한 내부 일감을 기반으로 손쉽게 적잖은 부(富)를 거머쥐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방산업에 비밀이 감춰져 있다.
맏딸 계열 주식 4개→1개 현금화 치중
맨 먼저 맏딸 이려몽(75)씨는 1997년 말 모태기업이자 물류 주력사인 세방㈜ 지분 3.33%(보통주 기준)를 소유했다. 창업주(14.78%) 다음으로 단일 2대주주다. 남동생 이상웅 회장(0.83%), 여동생 이상희(52)씨(0.58%) 보다 많았다. 다만 오래 들고 있지는 않았다. 2004년 8~9월 장내에서 전량 팔아치웠다. 12억원(주당 3740원)어치다.
E&S글로벌(당시 세방하이테크)이 세방㈜ 1대주주로 부상, 세방㈜→세방전지 계열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자리 잡은 때가 2000년 11월이다. 2대(代) 승계의 큰 틀이 완성되자 장녀가 부담 없이 주식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세방가(家) 3남매는 나이 터울이 큰 편이다. 이려몽씨와는 각각 10살, 23살 차이가 난다. 맏딸답게 일찍부터 상대적으로 많은 주식을 가졌던 것을 볼 수 있다. 또 있다. 바로 세방산업이다.
1971년 11월 설립된 상진산업을 전신(前身)으로 한 연축전지 핵심부품 격리판 생산업체다. 1978년 세방 계열로 편입됐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보면, 1999년 자본금 25억원에 세방㈜가 1대주주로서 68.2%를 소유했다. 이외 31.8%는 전부 오너 일가가 보유했다. 2대주주가 이려몽씨다. 지분도 20.7%나 됐다. 이외 11.1%는 창업주 몫이다.
2012년 5월 여동생 이상희씨(28%)가 2대주주에 오르고, 2017년 11월 최대주주가 세방㈜에서 세방전지(40.2%)로 바뀌는 와중에도 이려몽씨의 세방산업 지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특히 경영에도 발을 들였다. 2015년 2월 느지막한 나이인 67세 때부터 2년간 대표 자리에 앉았다. 2019년 2월까지는 이사회 자리를 지켰다. 이어 세방산업 지분을 세방전지에 넘긴 때가 퇴임 1년 뒤인 2020년 4월이다. 매각액이 153억원이나 됐다.
게다가 세방산업 주식을 전량 턴 시기는 이려몽씨가 매년 따박따박 도합 80억원의 배당수입을 챙긴 뒤의 일이다. 세방산업이 주주들에게 1999~2022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적게는 5억원, 많게는 38억원 도합 410억원의 두둑한 배당금을 뿌린 데 따른 것이다.
세방산업이 어디 내놔도 꿀릴 게 없는 우량 알짜 계열사라는 의미다. 비결은 딴 게 아니다. 세방 제조분야의 중추 세방전지가 떡하니 자리를 깔아주는 데 돈이 안 벌리는 게 더 이상하다.
세방산업에 사업 판 깔아준 세방전지
세방전지는 ‘로케트 배터리’로 유명한 국내 1위의 자동차․산업용 연축전지 업체다. 광주 광산구와 경남 창원에 2개 공장을 두고 있다. 1999~2005년 매출(별도기준) 2000억원대에서 2007년을 기점으로 폭발 성장했다. 이어 2017년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작년에는 1조28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39.2%에 이른다.
영업이익은 2018년 1100억원을 찍기도 했다. 영업이익률이 9.4%로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이후 다소 주춤거리기는 하지만 2022년에도 734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은 5.7% 수준이다.
세방전지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 왔던 게 세방산업이다. 즉, 세방전지에 주력 제품인 배터리용 격리판을 납품하는 게 주된 사업이었다. 현 생산기반인 광주공장 또한 세방전지 광주공장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1999~2006년만 해도 세방산업의 세방전지 매출이 300억원 안팎이나 됐다. 2007년을 기점으로는 점점 더 불어 2014년에는 741억원을 찍기도 했다. 이는 이 기간 세방산업 매출 301억~801억원의 82~99%에 해당하는 수치다. 벌이가 안좋을 리 없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거른 적이 없고, 한 해 평균 49억원에 이익률이 11%에 달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는 세방전지와의 내부거래가 축소되는 추세지만 비중은 여전히 꽤 된다. 작년 세방산업 매출 310억 중 42%(129억원)가 세방전지로부터 나왔다. 영업이익 또한 2019년 딱 한 해 적자(6억원)를 냈을 뿐 연평균 28억원, 이익률 6%로 수익도 제법 된다.
주식가치 껑충…주당매매가 액면 35배
이렇다보니 세방산업의 주식가치가 뛸 것은 뻔하다. 이려몽씨가 세방산업 지분 20.7%를 세방전지에 넘겨주고 받은 153억원은 1주당 가격으로 치면 17만5000원이다. 액면가(5000원)의 35배나 되는 값이다. 결국 세방가 맏딸은 세방전지라는 든든한 계열빨을 둔 세방산업을 통해 배당수입(80억원)을 합해 도합 233억원을 손에 쥐었다는 계산이다.
이려몽씨가 세방산업 다음으로 처분한 주식이 이번 세방전지다. 0.88%를 블록딜을 통해 매각, 66억원(주당 5만3200원)을 챙겼다. 이 또한 세방산업과 간적접으로 얽혀 있다고 할 수 있다. 후속편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2012년 5월 여동생이 세방㈜와 무(無)자본 주식 맞교환을 통해 세방산업의 주주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증여받은 주식이어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세방가 장녀의 핵심 재산이었던 세방산업 활용도는 지분을 털었다고 해서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2014년 2월 세방산업에서 비제조부문을 떼어내 현 세방이스테이트가 만들어진 때문이다.
세방산업 주주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배정받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쪼개진 까닭에 맏딸 역시 세방이스테이트 지분을 현재 20.7% 가지고 있다. 분할 자본금 21억원 vs 4억원. 기업볼륨만 놓고 보면 세방산업에 비할 바 못되지만 얕잡아볼 곳이 아니다. 세방전지 등이 따박따박 임대료를 챙겨주고 있어서다. (▶ [거버넌스워치] 세방 ⑥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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