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에 클럽 음악이?…환경 파괴에 몸부림치는 백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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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들이 토슈즈를 신고 발끝을 새우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백조의 우아함을 뽐내는 대신 맨발로 무대에 올라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다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진다.
모던발레의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재해석한 '백조의 호수'는 사랑에 빠진 남녀 주인공, 차이콥스키의 음악 등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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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발레리나들이 토슈즈를 신고 발끝을 새우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백조의 우아함을 뽐내는 대신 맨발로 무대에 올라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다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진다.
모던발레의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재해석한 '백조의 호수'는 사랑에 빠진 남녀 주인공, 차이콥스키의 음악 등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는 자본, 금융, 환경 파괴 등 우리가 현재 당면한 이슈들을 무대에 풀어놨다.
원작에서 악마의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하는 오데트 공주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으로,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왕자는 호숫가에 공장을 세우려는 부패한 사업가의 아들로 바뀌었다.
배경은 화려한 왕궁 무도회 대신 비 내리는 흑백 도시의 높은 빌딩 어딘가로 옮겨왔다.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우아한 발레 동작을 선보이던 무용수들은 조금씩 빨라지는 비트의 음악에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고, 음악에 섞인 사이렌 소리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무용수들은 단체로 무언가에 홀린 듯 하늘을 향해 팔을 번쩍 들고 춤을 췄고, 클럽에 온 듯한 음악과 조명이 더해지면서 분위기는 광란을 향해 달려갔다. 여기에 무대 뒤 LED 영상 배경에 주식 그래프와 끝 없이 솟구치는 숫자들이 더해지면서 주식, 코인, 부동산 등의 투자에 열광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겹쳤다.
원작의 백미로 꼽히는 백조의 군무는 프렐조카주의 작품에서도 관객을 압도했다.
원작의 군무가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백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 느낌이라면, 프렐조카주의 작품에서 백조들은 자연 속에서 호숫가를 여유롭게 배회하고,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백조의 야생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애쓴 느낌이었다.
프렐조카주가 앞선 인터뷰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라고 꼽은 둥근 대형의 백조들의 춤은 생명력이 넘쳤다.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힘있게 팔을 쭉 뻗은 안무는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백조를 연상하게 했다. 4명의 무용수가 손을 잡고 추는 원작의 가장 유명한 '4마리 백조' 장면 역시 골반을 앞뒤로 돌리거나, 팔을 크게 돌리는 안무들로 활기찬 느낌을 줬다.
백조들의 군무는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기괴한 소리와 함께 괴로워하는 백조들의 몸짓으로 변하며 작품의 주제 의식을 또렷이 드러냈다. 무용수들은 한껏 몸을 구부리고, 몸을 비틀며 인간의 침입으로 파괴된 호숫가에서 생명력을 점차 잃어가는 백조의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는 원작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안무로 공연 시간 내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작품 속에는 남성 무용수가 여성 무용수에게 안겨 허리를 젖히는 성별이 바뀐 듯한 안무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환경 문제 등 현재와 맞닿아있는 이슈를 접목해 고전 작품과 관객들의 거리감을 좁혔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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