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BBB 악몽' 지우고 '대투수 떨공' 다 막았다... 성장하는 KIA 포수, 안방 트레이드 고민 지울까

김동윤 기자 2023. 6. 2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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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신범수. /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포수 신범수(25)가 작지만 한 걸음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가 KT 위즈에 4-1로 승리한 경기는 신구 조화가 적절히 이뤄진 이상적인 승리였다. '대투수' 양현종(35)이 6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0자책)으로 앞에서 팀을 이끌었고, 돌아온 주전 우익수 나성범(34)은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정확하고 빠른 홈송구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어린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제2의 이종범' 김도영(20)이 리드오프로 나서 통렬한 2루타 두 방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4일 전 9회말 2사 1, 3루에서 3연속 볼넷을 연거푸 내주며 흔들렸던 최지민(20)은 의연하게 ⅓이닝을 무사사구 1실점으로 막아내며 5월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시즌 세 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이날 KIA가 보여준 신구조화의 중심에는 안방마님 신범수의 숨은 공헌이 있었다. 안정적인 블로킹으로 떨어지는 공을 다 막아내면서 양현종의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이끌었다. 특히 KIA가 3-1로 앞선 8회 1사 만루 위기에서는 정준영의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잡고 침착하게 홈부터 밟아 3루 주자를 아웃시킨 뒤 1루로 송구해 병살타를 만들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치의 머뭇거림이나 서두름 없이 정확하고 빨랐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신범수. /사진=KIA 타이거즈

처음부터 이런 활약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신범수는 광주대성초-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78순위로 입단했다. 포수로서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공격 면에서는 퓨처스리그 2년 연속 3할 타율과 통산 타율 0.265을 기록할 정도로 나름 콘택트 능력은 인정받았다.

1군에서는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다. 2018년 1군에 데뷔했지만,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21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지난해 2경기 출장에 불과했다. 올해 고작 31경기 88타석이 한 시즌 최다 출장 타석일 정도. 그 탓에 콜업 초기 신범수에게서는 주자 견제나 블로킹 등에서 미숙한 점이 종종 보였다.

하지만 차츰 1군 경험이 쌓이면서 플레이에도 안정감이 깃들고 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이 있었음은 당연하다. 신범수는 콜업 초반의 부진에 대해 "타격이든 블로킹이나 미트질 등 처음에 너무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컸다"고 자책하면서 "하지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뭐였지 하고 생각하니 투수들이 마음 놓고 포수 미트에 던지게 하고, 점수를 일단 최대한 주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모든 것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려 했다. 훈련이 있을 때면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와 김상훈 KIA 1군 배터리코치와 특훈에 들어갔다.

경기 운영 측면에서도 차츰 퓨처스팀에서 보였던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이의리(21), 최지민 등 어린 선수들과 호흡에서 두드러진다. 스스로 소개하길 그는 투수들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기분 좋게 던지게 하는 포수. 신범수는 "경기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타자들의 영상을 꼼꼼히 보고 적을 수 있는 것은 다 적고 숙지한 뒤 경기에 임한다. 처음에는 점수를 줘도 될 상황과 주지 말아야 할 상황에 대해 결정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 결정에 있어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신범수(왼쪽)와 최지민이 24일 광주 KT전을 승리로 이끌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최지민과 20일 대전 한화전은 그에게도 숙제를 남긴 경기였다. 최지민은 KIA가 6-2로 앞선 9회말 1사 1, 2루에 올라와 첫 타자를 잡은 뒤 3연속 볼넷을 내주는 제구 난조를 겪으면서 강판당하는 악몽을 겪었다. 그다음 날 만난 신범수는 "(최)지민이가 갑자기 밸런스를 잃었었다. 경기 후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럴 때 자기 볼을 던져야 하는데 어린 투수들은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민이나 나나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었다.

그로부터 4일 뒤 다시 맞이한 광주 KT전 다시 맞이한 9회말 2사 1, 3루에서 어린 배터리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범수는 앞선 박병호와 타석에서 변화구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간 것과 달리, 최지민에게는 과감하게 몸쪽과 바깥쪽을 직구로 공략할 것을 요구했다. 최지민도 자신의 공을 뿌리며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고 마지막 6구째가 돼서야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그렇게 KIA의 어린 호랑이들은 그날의 악몽을 지웠다.

타석에서도 이범호 KIA 1군 타격코치와 타구 방향을 조정한 특훈이 빛을 보고 있다. 콜업 후 타격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방망이가 헛돌기보단 맞히는 타석이 늘어났고 땅볼도 파울도 그래서 많았다. 다만 우측으로 쏠리는 타구가 계속해서 나왔고, 한 달 내내 이 코치와 파울 라인 안쪽으로 타구 방향을 조금씩 조정하는 연습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첫 아치를 그렸고 이날은 두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지금도 KIA가 포수 트레이드 시장에서 발을 빼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포수가 급한 KIA의 사정을 알기에 반대급부로 나오는 이름도 가볍지 않다. 이를 두고 한 KBO 구단 관계자는 "한 명의 레귤러 포수를 키우는 데는 구단의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걸 다들 알기에 포수 트레이드가 어렵다. KIA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KIA에 있어 포수 포지션이 꼭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출혈을 감수하고 보강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트레이드할 수 있는 포수는 제한적이고 그로 인해 상승할 전력의 절댓값은 그리 높지 않다. 외국인 선발의 부진, 국내 투수의 피로도 등 그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는 것도 사실.

그렇다면 조금 더 멀리, 최소한 보강을 하더라도 오프시즌에 하는 등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방법이다. 그동안 KIA도 육성에 힘을 기울였지만, 한정적인 포지션인 탓에 기회를 받지 못한 포수들도 많았다. 신범수의 1군 경력도 프로 8년 차에 91경기 182타석뿐. 포수로 어떻다 평가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표본이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범수가 KIA의 트레이드 고민까지 지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IA 신범수. /사진=김동윤 기자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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