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미분양 아파트 '옥석' 어떻게 가릴까요?
금리 동결·규제 완화에 회복 조짐…서울부터 '꿈틀'
청약 지역 고민될 땐 '초기 분양률' 고려해 볼만
2022년 대폭 증가한 미분양 주택 수가 2023년에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었는데요. 특히 미분양 주택이 많은 대구, 충남, 경북 등에는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2023년 상반기 금리 인상이 멈추고, 규제가 대폭 완화하면서 부동산경기가 회복될 조짐입니다. 분양시장 역시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인데요. 일부 지역에선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소진하고 있고요. 마음이 급하다고 아무 미분양 아파트를 덥석 잡을 순 없을 텐데요. 미분양 아파트 옥석 어떻게 가릴까요.
미분양 7만가구 시대
미분양 주택은 정부로부터 분양 승인을 받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을 진행했지만 팔리지 않고 남은 주택을 말합니다. 아파트를 짓기 전 분양하는 '선분양'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을 따로 집계합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아파트를 다 짓고 입주를 완료한 뒤에도 분양이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통상 분양 후 입주까지 2~3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 내내 팔리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국토교통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2023년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365가구입니다.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8716가구입니다.
미분양 주택 수는 부동산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2015~2018년 6만 가구 남짓했던 미분양 주택 수는 2020년 들어 1만9000가구로 뚝 떨어졌습니다. 집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오늘이 제일 싸다'는 분위기와 함께 '청약 불패'라는 용어가 생겼던 시기입니다.
이후 2021년까지 쭉 1만 가구 대를 유지하다가 2022년에는 6만8000가구로 급상승했습니다. 당시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새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분양을 해도 미달하는 단지가 많았습니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2023년 초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제외한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고, 각종 청약·대출 규제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기간 기준금리 인상도 멈추면서 얼어붙었던 청약 수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었던 미분양 주택 수는 2023년 3월 7만2104가구, 4월 7만1365가구로 소폭 감소하는 중입니다.
새아파트 고를땐 '악성 미분양·초기 분양률' 보세요
미분양 주택 수가 부동산경기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경기가 나아졌다고 해서 모든 단지가 잘 팔리는 건 아닙니다. 반짝 미분양 가구가 증가했던 서울은 2023년 상반기 들어 청약 경쟁률이 대폭 올랐지만, 지방에선 여전히 미달이 속출합니다.
신규 주택을 구매하고 싶다면 어느 지역을 위주로 봐야할 지가 고민일 텐데요. 특히 주의할 게 '준공 후 미분양'입니다. 미분양 가구 수가 1만 가구에서 7만 가구로 요동치는 동안 준공 후 미분양 가구 수는 7000~8000 대로 꾸준한 흐름을 보입니다.
안 팔리는 집은 끝까지 안 팔리는 겁니다. 2023년 4월 기준, 부산 816가구 대구 1017가구 등이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주택은 경기가 나빠 일시적으로 안 팔린 주택과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하나 더 눈여겨볼 만한 지표는 '초기 분양률'입니다.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분양 개시 후 6개월 이내 계약까지 완료한 가구의 비율을 초기 분양률이라고 합니다.
통상 건설사·시행사 등 공급 주체들은 3·6·12개월 단위로 분양실적을 가늠합니다. 3개월 이내 '완판(완전 판매)'했다는 건 청약 당첨자들이 대부분 계약까지 완주했다는 의미입니다. 무순위 청약 등을 통해 분양을 마무리하면 보통 6개월의 시간이 걸리고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전국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49.5%입니다. 58.7%였던 2022년 4분기보다 약 10%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분양에 고전하고 있는 단지가 더 늘어난 셈입니다.
2023년 4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1만3000가구에 달하는 대구의 경우 2023년 1분기 초기 분양률이 1.4%입니다. 2022년 4분기에도 26.4%로 저조한 편이었는데, 시장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 중입니다. 분양 물량 대부분이 소화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반면 서울 초기 분양률은 같은 기간 20.8%에서 98%로 급상승했습니다. 2023년 1분기 분양한 단지 대부분이 초반에 '완판'했다는 건데요. 실제 2023년 5월 서울 청약 경쟁률은 82.2대 1에 이릅니다. 청약 미달률은 0%로 미달된 단지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서초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 강동 고덕 아이파크, 성동 갤러리아포레 등이 떠오르는데요.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이 위축했던 2008~2009년 분양한 단지들입니다. 당시 미분양으로 건설사들의 고민거리였지만, 지금은 수십억원의 몸값을 자랑하죠.
재고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세일 때 신규 주택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청약 수요가 적고 미분양으로 남은 데는 이유가 있겠죠. 다만 서울 강남 등 핵심 입지 혹은 분양가 등에 따라선 경기 회복과 함께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는 단지도 있습니다. 신규 아파트로 내집 마련의 방향을 정했다면 지역 별로 초기분양률과 경기흐름을 잘 살펴야 합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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