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용해 발레 안무해보니…어시스턴트 역할 충분해"
'피지컬 씽킹 + AI'…내달 1~2일 예술의전당 첫 선
리빙 아카이브로 안무, 챗GPT로 공연 소개글 작성
"인공지능과의 본격적인 협업 시도 이뤄지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인공지능(AI)이 안무한 창작발레가 국내 최초로 정식 공연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 이영철 발레마스터가 안무한 ‘피지컬 씽킹+AI’(Physical Thinking + AI)다. 국립발레단이 오는 7월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KNB 무브먼트 시리즈 8’을 통해 선보인다.
국내 무용계에서 인공지능을 창작에 접목한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교수인 신창호 안무가가 2020년 국립현대무용단과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 ‘비욘드 블랙’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발레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안무가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리빙 아카이브’다. ‘리빙 아카이브’는 구글아트앤컬처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와 함께 만든 인공지능 안무 툴이다. 웨인 맥그리거의 안무작을 바탕으로 250시간에 달하는 동작을 인공지능이 딥러닝으로 익힌 것이다. 무용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터넷으로 리빙 아카이브에 접속해 안무 샘플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특정한 움직임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업로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안무를 만들 수 있다.
“‘리빙 아카이브’를 통해 기본 동작을 만들었어요. 이 기본 동작은 플래시 애니메이션 ‘졸라맨’처럼 사람의 뼈대만 나오는데요. 이걸 무용수들에게 보내준 뒤 각자 동작을 만들어 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무용수들이 만들어 온 동작들에 제 안무 색깔을 입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무용수들도 처음엔 낯설어하고 신기해 했는데, 지금은 재미있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완성된 작품은 인공지능을 주인공으로 ‘탄생·관계·여행’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사람의 일생처럼 인공지능이 태어나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인생이라는 하나의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안무가는 “컨템포러리 발레인만큼 서사가 강조되지는 않기에 관객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대 위에 인공지능이 등장하진 않는다. 이 안무가는 “공연 시작 전 인공지능을 활용한 안무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발레단의 ‘KNB 무브먼트 시리즈’는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안무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다. 2015년부터 매년 선보이고 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지냈던 이 안무가 또한 매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안무가로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이번 공연에선 이 안무가 외에도 단원 정은영, 강효형, 이하연, 김준경, 선호현, 김재민이 안무작을 새로 발표한다.
이 안무가는 이번 작업을 계기로 인공지능과 발레, 나아가 무용의 본격적인 협업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안무가로서 하고 싶은 작업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서정적인 작품을 창작하는 거예요. 하지만 ‘KNB 무브먼트 시리즈’에 참여할 때는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네요. 국내에서도 ‘리빙 아카이브’처럼 인공지능 팀, 미디어아트 팀, 그리고 안무가와 무용수 등이 함께 협업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면 꼭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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