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 테러 위협' 박지현 '지역 비하' 당한 천하람[악플러의 동굴]②

조현기 기자 김민지 기자 2023. 6. 2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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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천하람·솔비·김경진 털어놓는 '악플'의 상처
인신공격 물론 가족 욕설·살인 협박까지 '범죄 수준'

[편집자주] 악플러는 영미권에서 '인터넷 트롤'(Internet troll)이라 불린다. 트롤은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대부분 동굴에 살고 있다. 트롤은 인간을 공격하지만 햇볕을 쬐면 돌이 되거나 터진다. '현실 세계' 속 트롤도 양지가 아닌 음지를 지향한다. 악플러들이 온라인에 적어 올린 글은 흉기가 돼 누군가의 삶을 위협한다. 이들은 왜 악플을 다는 걸까. <뉴스1>이 직접 만나 악플러들의 '이중생활'을 들어봤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현기 김민지 기자 = "전라도 출신은 어쩔 수 없다" "염산 테러하겠다" "숨 쉬는 것조차 싫다" "XXX야, XX해라."

정치인과 연예인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직업이지만 동시에 이같은 '악플 테러'를 감내해야 한다. 성희롱이나 가족을 향한 욕설도 있다.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언론 지면에 옮기긴 힘든 악플도 수두룩하다.

단순히 '유명세를 치른다'고 넘길 수준이 아니다. 정치인과 연예인들은 "우리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며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고 호소한다.

<뉴스1>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가수 겸 화가 솔비씨와 연예인 김경진씨를 인터뷰해 도 넘은 악플 실태와 대응 방법을 살펴봤다.

◇'멘탈 갑' 정치인 울리는 악플…온라인서 활개

정치인은 연예인 못지않게 대중의 관심을 받는데다 정쟁·격론에도 자주 휩싸여 '멘탈 갑'(정신력 최고)이라 불린다. 그러나 '멘탈 갑' 정치인조차 무너뜨리는 악성 댓글이 온라인에서 활개치고 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9급 공무원도 떨어질 사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나 해라' 등 부적절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박 전 위원장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나 9급 공무원을 깎아내리는 표현 아닌가. 이런 표현을 쓰면서까지 저를 비난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 전 위원장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성희롱이라 느껴질 만한 악플도 있다. 그의 가족을 비난하는 악플도 눈에 띈다고 한다. 가장 놀랐을 때는 박 전 위원장이 악플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확인한 직후였다.

"저의 SNS에 악플 단 분도 SNS를 할 거 아니에요? 그의 SNS에 들어가보니, 자신의 부모님과 찍은 사진을 올려놓았더라고요. 그렇게 해놓고도 온라인상 (제게) 욕설을 마음껏 한다는 게 놀라웠어요."

박 전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살인 예고'를 하거나, '염산 테러를 하겠다'는 위협도 가한다"며 "정말 입에 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3.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천하람 위원장은 어이없는 지역 비하 악플의 피해를 봤다. '전라도 놈은 어쩔 수 없다' 같은 악플 공격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천 위원장은 1986년생으로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천 위원장은 "그만큼 순천에서 열심히 활동해 인정받는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으나 그 역시 욕설 악플 공격에 노출돼 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하나로 정치인을 비판할 수도, 비난할 수도 있다. 다만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협박 같은 메시지를 안 남겼으면 한다. 욕설까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족의 신상을 협박하는 행위는 분명 범죄다."

◇솔비·김경진의 한숨…외모·말투·'숨 쉬는 것'까지 비난

"숨 쉬는 것까지 고깝게 본다"

가수 겸 화가로 활동 중인 솔비씨(권지안)는 데뷔 초부터 외모와 말투, 걸음걸이 등 인신공격성 악플에 시달렸다. 최근엔 그의 미술 활동을 겨냥한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솔비씨는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작가로 지난 2021년 '바르셀로나 국제 예술상'에서 대상격인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솔비씨는 "인신공격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까지 언급하면서 무차별하게 악플을 달았다"며 "최근엔 미술 활동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악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상 악성 글들은 아무리 정화하려 해도 계속 퍼져나간다며 악플을 '악성 바이러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화가 겸 가수 솔비(본명 권지안)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갤러리치로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4.1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솔비씨는 "악플러는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 벌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악플러 자신에게 99%의 관심을, 타인에게 1%의 관심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1년 전 '몰래카메라' 사건 이후 코미디언 김경진씨도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악플에 상처를 받았다. '인성쓰레기' '선배 뒤통수' '손절 개그맨 1위' 같은 악성 글들이었다.

김씨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선배인 박명수씨 몰래 행사를 하거나 그를 뒷담화해 '인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는 사전에 제작진과 약속된 '몰래카메라'였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최근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악플이 계속되자 '내가 진짜 쓰레기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김씨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멘탈 관리를 해도 유리 멘탈이 될 때가 있고, 악플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일도 있다"면서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선 넘은 악플 무시"…예술로 승화하거나 고소하기도

박지현 전 위원장·천하람 위원장·솔비씨·김경진씨는 악플에 대응하는 방식이 저마다 달랐다. 다만 이들은 상식을 벗어난 악플을 무시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집요하고 끔찍한 악플러에 대해선 법적 대응에 나선 경우도 있다.

솔비씨는 "악플은 범죄이고 저는 범죄 피해자이기 때문에 숨기보다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선 댓글을 모두 읽고 조언이라 할 만한 이야기들은 수용하려 하지만 인신공격성 발언은 무시한다"며 "미술을 통해 악플 상처를 승화하고, 악플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미디언 김경진 ⓒ News1 권현진 기자

김경진씨는 MBC 오은영리포트 촬영 당시를 김응수씨가 한 말을 언급했다. 김씨도 "남이 버린 쓰레기를 받으면 쓰레기통이 된다"며 "굳이 쓰레기를 주워 담지 말자"며 '악플 무시'를 강조했다.

천 위원장은 "마음에 안 드실 수 있지만 그래도 주신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악플러에게 답하곤 하지만 너무 심한 악플은 무시한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악플에 몇 번 답글을 쓴 적 있는데 반말로 욕설하시는 분이 답글을 올리자 존댓말을 썼다"며 "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지금의 정치 지형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악플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양상을 많이 봤다"고 우려했다.

박 전 위원장은 웬만하면 악플을 보지 않지만 지난해 선을 한참 넘은 악플러 13명을 고소한 바 있다.

그는 "악플러들은 본인의 악플을 '표현의 자유'라고 많이 착각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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