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도 잃어버린 10년 겪을까
중국이 지난해 제로(0) 코로나 정책을 폐기했을 때만 해도 중국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이런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수준과 시장의 예상치를 모두 밑돌았다. 지난 5월 청년 실업률은 20.8%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지난 5월 수출과 수입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자 중국 국무원은 지난 16일 경기 부양책을 논의했고 지난 20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실질 기준금리를 10개월만에 인하했다. 중국 정부는 조만간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경기 부양책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약화된 경제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UBS 투자 리서치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이자 아시아 경제팀장인 타오 왕은 지난 2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재정 지출과 통화 확대만으로 경제를 치유할 수 없는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중국이 이번에는 2008년이나 2015년과 같은 대규모 재정 지출, 지방 정부의 부채 탕감, 대대적인 통화 확대, 부동산시장 재부양 같은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재정 운용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방 정부를 포함한 중국 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웃돌 정도로 높다. 또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정부가 연금 및 의료 보장에 쓰는 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둘째는 과거처럼 대대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선다고 해도 과거만큼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 구도심은 이미 대부분 재개발됐고 주택 소유율은 2020년에 80%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셋째는 기업과 가계의 경제 신뢰도는 낮고 부채비율은 높아 통화 확장 정책을 펼친다 해도 민간 부문을 활성화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민간기업은 국유기업과의 불공정한 경쟁 환경과 규제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져 투자를 꺼리고 있고 가계는 미래의 연금 및 의료 보장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소비를 절제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 부문의 부채비율도 높아 신용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 재정을 풀어봤자 민간 부문을 살리기보다 지방 정부를 지원하는데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왕은 중국 정부가 무리해서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기보다는 온건한 수준의 경기 부양을 시도하면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민간 부문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하며 의료 및 사회보장 지출을 늘리고 국유기업을 개혁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효율성을 높이고 독점력은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정부와 국유기업의 역할을 줄여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 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조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선임 연구원인 데스몬드 라크먼은 지난 7일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경제가 지금 주춤하고 있는 것은 신용 및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 때문인데 중국 정부는 버블을 제거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피하고자 다시 한번 부동산 시장과 지방 정부를 지원하는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결과 일본이 1980년대에 신용 및 부동산 버블을 경험한 뒤 1990년대에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것처럼 중국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혹시라도 중국이 잃어버린 10년을 겪는다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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