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전력 업체' 컨소시엄에 맡긴 '4세대 나이스'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받고 6년간 소송전 벌여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2,8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개통 이후 오류 속출로 초중등 학교 현장을 마비 상태에 빠뜨리면서 개발업체 선정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전산 시스템을 개편할 땐 갖가지 오류 발생과 수정 작업을 반복하는 '안정화 기간'을 염두에 두고 오픈 작업을 진행하는 게 보통인데도, 6~7월 기말고사와 9월 대입 수시 전형 등 학사 일정이 집중되는 기간에 개통을 강행한 걸 두고도 교육당국과 업체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2017년 부적격 판정받은 업체인데…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4세대 나이스'는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개발했다. 교육부는 교육정책 변화, 태블릿·스마트폰 등 이용환경 변화를 반영해 총 2,824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차세대 나이스 개발에 착수했고, 2021년 입찰을 통해 이들 기업 컨소시엄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간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입찰 당시부터 해당 컨소시엄의 적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컨소시엄 내 지분 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A사는 2017년 정부로부터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은 뒤 이달 초까지 6년간 처분 취소소송을 벌여왔다. 이 회사가 2013년 해군 제2함대의 해상종합전술훈련장 프로젝트에서 236억 원 규모 사업을 수주하고도, 2017년까지 운용시험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송사의 발단이 됐다.
A사는 이런 와중에도 교육부가 1,200억 원 예산을 들인 교육 회계시스템 'K-에듀파인' 개발 사업을 수주했지만, 2020년 1월 시스템 개통 당일 접속이 안 되거나 기안문서가 사라지는 등 잦은 오류로 질타를 받았다. A사 기술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인데, 정작 A사 컨소시엄은 4세대 나이스 입찰 과정에서 경쟁 컨소시엄에 가격 점수에서 밀리고도 기술 점수에서 당락을 뒤집었다.
A사 관계자는 "나이스 수주는 컨소시엄 차원에서 했지만 개발 작업은 회사별로 분담해 진행했고, 이번에 오류가 발생한 부분은 우리 회사 담당 영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공SW 개발에 대기업 제한 논란도
A사 컨소시엄이 4세대 나이스 개발 사업을 따낸 데에는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제도는 중견·중소 기업에 더 많은 SW 개발 사업 기회를 주기 위해 2013년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보 규모가 방대하고 학교 성적 등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시스템 구축을 대기업에 비해 개발 역량이 뒤처지는 중소기업에 맡긴 것이 이번 사태의 화근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4세대 나이스 사업 초기부터 관여한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육부 차원에서 네 차례에 걸쳐 (소프트웨어진흥법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관련법상 시스템이 복잡하고 국가 안보 및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중요도가 높은 사업이라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요청 근거였는데, 과기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A사의 전력 등을 들어 입찰 참여 제한을 요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교육부가 조달청에 입찰을 맡기면서 대상 제한 등의 제약 조건을 달 수는 없으며, 조달청 선정 평가위원들의 평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거듭된 문제 제기로 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이 지연되면서 당초 지난해로 예정했던 나이스 개통 시점은 올해 3월로 1년 미뤄졌고, 이후 이달로 또 한 차례 일정이 연기됐다. 하지만 기말고사와 대입 전형 개시를 목전에 둔 상황에 '오류투성이' 시스템이 개통되면서 학교 현장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발자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밀집된 공간에서 근무하던 다른 개발자까지 격리 조치되는 바람에 오픈 시기가 6월로 조정됐다"며 "현장 교사들은 방학 기간인 8월로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7월부터 대입 전형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더 미루기 힘들었다"고 말했다.하지만 새로운 전산 시스템에 필연적으로 소요되는 '안정화 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11년 개발해 최근까지 사용했던 1~3세대 나이스는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SDS가 개발했지만 오픈 직후 오류 발생을 피하지 못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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