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견에 물려 망신살 뻗친 푸틴...23년 철권 리더십 치명상

전혼잎 2023. 6. 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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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무장반란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초유의 반란은 약 24시간 만에 흐지부지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23년간 집권하며 철권통치를 해온 '21세기 차르' 푸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푸틴 대통령이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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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반란으로 리더십 타격
군사 취약성 등 만천하에 공개
우크라 전쟁엔 기회 혹은 위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에서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 긴급 대국민 연설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푸틴의 갑옷이 뚫렸다(Putin’s Armor Has Been Pierced).”

2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무장반란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초유의 반란은 약 24시간 만에 흐지부지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23년간 집권하며 철권통치를 해온 '21세기 차르' 푸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이 커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푸틴 정권을 흔드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란 멈췄지만… 푸틴 ‘망신살’은 제대로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러시아영사관 인근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푸틴 대통령이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짚었다. 개헌으로 2036년까지 종신 집권을 보장받은 절대권력자가 자신이 키운 '충견'(프리고진과 바그너)에 물리는 장면을 전 세계로 생중계했다는 것이다.

푸틴의 흔들리는 권력은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응징하지 못한 채 인접국 벨라루스로 일단 보내 주기로 한 결정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NYT는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그런 거래를 했다는 것은 푸틴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독점적인 무력 통제권을 지니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면서 “푸틴의 권력 장악력이 역대로 가장 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모스크바를 향한 바그너의 거침없는 진격도 푸틴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민간 용병들이 주요 군사 시설을 장악하고 모스크바 200㎞ 인근까지 북진하는 동안 러시아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용병들이 가는 길목마다 환영하며 손뼉을 친 러시아인들의 모습은 푸틴 정권이 민심마저 잃었을 가능성을 드러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국방부에 공공연한 불만을 드러내는 등 위협의 조짐이 있었는데도 푸틴 대통령은 단속하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의 호위무사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도 속수무책이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군 수뇌부를 긴장시킬 목적으로 바그너의 도발을 묵인한다고 봤지만 ‘꿈보다 해몽’으로 밝혀졌다. 미국 CNN방송은 “세계가 푸틴을 ‘전술가’로 보는 데 익숙해져 그의 실패를 예측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결정적 순간에 프리고진을 말렸다는 점도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요소다. 다른 나라의 손을 빌려서 사태를 수습한 모양새가 되면서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루카셴코가 바그너를 막아 줬다는 시선은 푸틴에게 굴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 침공이 푸틴 권좌서 끌어내릴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에서 첫 번째)이 1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반란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군의 건재함을 과시했다.푸틴 대통령은 다음날인 25일 공개된 국영TV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내부 결속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21일 녹화된 것으로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리키는 단어다.

이번 반란은 전쟁 종식을 바라는 국제 사회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일 수 있다.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지낸 존 헌츠먼 주니어는 “푸틴이 ‘불패’를 위해 더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NYT에 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숙청해 시간을 벌면서 반격을 준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프리고진 등의 파벌들을 키운 뒤 서로 견제시키는 푸틴의 ‘분열과 정복’ 방식의 통치 스타일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포린폴리시는 “푸틴을 두려워했던 기회주의자들은 덤벼들 기회를 노릴 것”이라며 이번 반란을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1991년 국가보안위원회(KGB) 강경파의 쿠데타 시도가 구소련의 붕괴를 앞당겼다면서 “역사가 반복된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한 푸틴의 결정은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중대한 실수임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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