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약사범 1.8만명..."공급자 엄벌, 투약자에겐 재범방지 치료를"

권효중 2023. 6. 2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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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재활·치료 전문기관 경기도 다르크센터 가보니
임상현 센터장, 30년간 중독 딛고 일어나 센터 운영
시간표 지키며 공동생활…"함께 다진 단약의지 도움"
"마약 공급·판매·제조자 엄벌하되 투약자 치료 우선"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영민 수습기자] “마약 중독으로 힘들었을 때 어떻게 하면 또 마약을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교도소가 아닌 병원이나 중독치유센터 같은 곳에서 치료·상담을 받았다면 더 일찍 회복했을 것 같다.”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센터장(72)은 약 30년간 마약 중독자로 살다가 13년 전에 단약에 성공했다. 지금은 약물중독치유공동체 ‘경기도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센터장이 지난 20일 한국 및 일본의 다르크센터 관계자들과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영민 수습기자)
“규칙적 생활도 마약 치유법”

지난 20일 찾아간 경기도 남양주시 주택가에 위치한 한 건물. 이곳 2층에 마련된 경기도 다르크에는 현재 총 14명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일반 가정집처럼 거실에는 소파와 텔레비전이 놓여 있고 침실 벽에는 ‘인내’·‘노력’·‘사랑’ 같은 표어가 붙어 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간식을 먹고, 영어공부를 하거나 일기 쓰는 모습은 평범한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

입소자들은 한 달에 50만원의 입소비를 내고 함께 생활한다. 구역을 나눠 청소하고 식사 당번을 돌아가면서 맡는 등 규칙적인 공동 생활이 입소 조건이다. 아침 7시 30분 기상 후에는 청소부터 한 뒤 자조 모임을 연다. ‘자조 모임’이란 공통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경험·고민을 나누면서 상호 도움을 얻는 모임이다. 이후 이어지는 전문가들의 중독 치료 교육이나 운동 또한 매일 지켜야 하는 일과다.

특히 입소 첫 한 달간은 핸드폰 사용이 완전 금지되며, 이후에도 야간에는 핸드폰을 반납해야 한다. 자칫 마약을 다시 권하는 이들과의 연락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임 센터장은 “한 번 중독에 빠지면 일상을 잊고 밤낮이 바뀌게 되는 일을 겪게 된다”며 “사회에 복귀하려면 다시 생활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년 넘게 이곳에서 생활한 이들 중에서는 복학해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도 있다. 모대학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A(27)씨는 “이전에는 나 자신을 학대했지만 규칙적 생활을 통해 단약을 시도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마약에서 벗어난 자신의 경험은 물론, 실패해본 경험까지 입소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는 “17살 때 호기심에 주변 친구·선배를 따라 마약을 접했다”며 “교도소를 드나들면서 30년을 보냈고, 3년 정도 단약 중 재미삼아 해본 경마로 도박 중독에 빠지면서 재차 마약에 손 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마약 공급자·판매자·제조자 등은 엄벌하되 마약 투약자들은 치료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치료시설 확충 절실”

경기도 다르크에서 만난 청년들도 치료와 재활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우연히 마약을 접하게 돼 고통을 겪었던 이들은 다르크의 장점으로 ‘공감’과 ‘이해’를 꼽았다. 지난 4월 입소한 최모(35)씨는 “다르크는 마약을 끊고 싶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곳인 만큼 서로 이해하고 함께 단약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곳”이라며 “이곳이 아니었다면 미래의 내 모습은 상상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최씨와 비슷한 시기에 입소한 조모(28)씨 역시 다르크에서의 경험을 값지게 여겼다. 조씨는 18살 때 국제학교 친구를 통해 대마초를 접한 뒤 영국 유학 중 각종 마약에 손을 댔다. 마약사범으로 재판받은 것만 수차례다. 조씨는 “처음에는 재판만 끝나면 다시 마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선 정말 생각이 바뀌게 됐다”며 “나같은 사람들이 재범자가 되지 않으려면 처벌보다는 치료·재활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도 다르크와 비슷한 마약중독 전문 치료 센터는 전국적으로 4곳, 병원은 1곳(인천 참사랑병원)에 불과하다. 지난 한 해 검거된 마약사범이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 센터장은 “일상 곳곳에서 누구나 마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치료·재활체계 확충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권효중 (khj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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