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의 복지지출에 쓸 국부펀드 조성하자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23. 6.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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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의 합계출산율이 보도된 이후 한국 사회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새롭게 인지하고 해결책 찾기에 분주하다. 정부도 효과적인 저출산 종합 대책을 백지에서 새롭게 수립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바쁘다. 기존 대책 중 효과가 없는 것은 폐기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오랜 저출산의 영향으로 이미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시작되었고 앞으로 상당한 기간 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하는 젊은 세대가 노령 세대와 비교하여 빨리 줄어들 것이고, 이는 앞으로 저출산 문제가 일부 해결된다고 하여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예측할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복지정책 재정수지의 악화인데, 소득을 벌어 세금을 내는 젊은 세대의 인구수가 복지 혜택을 받는 노령 세대 인구에 비해 크게 줄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과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 등 노인 복지 정책에 드는 예산은 23조이다. 이것 말고도 국민연금의 노령연금도 약 29조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조 예산은 65세 이상 되는 950만 정도의 노령 인구에 혜택이 돌아간다. 2050년에는 노령 인구가 1900만 명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1인당 혜택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2050년에 50조의 예산이 필요하다.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연령인구는 같은 기간에 3600만 명에서 24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므로 생산연령인구 한 사람당 노인 복지 정책을 위한 세금 부담은 3배 증가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도 앞으로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2055년이 되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어 그 이후로는 연금보험료를 걷어서 그해 노령 인구에 바로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는데 연금 수령액을 크게 줄이지 않는 한 젊은 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의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복지정책 재정의 부실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어떤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포퓰리즘적 재정지출을 최소화하여 재정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 추가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정책은 납세자가 많은 현재에 미래의 복지지출에 쓸 수 있는 재원을 저축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미래 복지지출을 위한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많은 행정적, 정치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효과 없는 저출산 대응 사업에 지출되는 예산이나 저출산에 의한 학생 수 감소 때문에 줄어드는 초·중·고 교육비 지출 예산 일부를 미래복지 펀드로 돌리는 방법이 가능할 수 있다.

출생아 수가 많아지면 인구구조의 변화도 둔화할 수 있고, 저출산 관련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기에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출산 정책이 신속하게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이미 시작된 인구구조의 변화는 어떠한 정책으로도 되돌릴 수 없기에 미래의 젊은 세대가 떠안게 될 고통을 줄이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더 이상 미래 젊은 세대의 고통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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