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 소재, 전략물자화하는 일본
일본 국부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가 반도체 소재 기업 JSR을 1조엔(약 9조1000억원)에 매수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4일 보도했다. JSR은 최첨단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소재 ‘포토레지스트’ 분야 1위 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28%에 이른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핵심 반도체 소재 분야를 정부가 직접 육성하고 전략 물자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경제 안보 관점에서 정부계 펀드인 JIC의 JSR 매수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반도체 소재부터 제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증시에서 JSR의 시가총액은 현재 6700억엔 수준이다. 50%에 이르는 프리미엄을 얹어 3300억엔이나 비싼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다. 닛케이는 “JIC는 JSR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매수액을 높게 설정했고 이례적으로 공개 입찰 대신 직접 협상을 진행했다”고 했다. JIC는 올해 JSR 공개 매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일본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 한국·대만보다 지정학적으로 안정됐다는 강점을 내세워 2021년부터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반도체 부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980~1990년대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공장과 연구소를 유치했고,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NTT 등 자국 대표 8대 기업을 뭉쳐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도 세웠다.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확충해 2027년까지 삼성전자와 TSMC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다. 다음 달 23일부터는 자국 반도체 핵심 장비·소재 23품목 수출 시 경제산업상(장관)의 허가를 의무화했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JSR 매수나 수출 통제 모두 반도체 생태계의 초크포인트(병목 지점)인 소재·장비를 무기로 글로벌 공급망을 쥐고 흔들겠다는 전략”이라며 “자국의 강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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