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7] 푸틴과 ‘백조의 호수’

강헌 음악평론가 2023. 6.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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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box ‘Superstar’(2001)

‘푸틴의 요리사’라고 불렸던 바그너 용병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반란은 친러시아인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하루 만에 싱겁게 끝났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주의 군사령부를 장악하고 모스크바에서 500㎞ 남쪽에 있는 보로네시주까지 장악한 뒤 모스크바로 북진 중이었다.

프리고진이 사실상의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과 싸우고 있는 바그너 그룹의 후방 캠프를 고의적으로 포격했기 때문에 총참모장과 국방장관의 처벌을 요구했으나 묵살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총구를 모스크바로 돌리며 ‘정의의 행진’을 선언하자 푸틴은 이를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다.

이 사건으로 ‘강한 남자’로서 푸틴의 카리스마는 심하게 타격을 입은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CNN은 “푸틴이 그동안 유지해 온 독재 체제의 궁극적인 장점인 완전한 통제력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아마도 러시아 국민이 제일 먼저 떠올렸을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였을 것이다. 1982년 당시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가 사망했을 때 이 발레 작품을 반복해서 송출한 뒤로 러시아의 수장이 사망하거나 실각할 때마다 이 발레 영상이 TV 화면을 채웠기 때문이다.

세기 말과 세기 초를 수놓은 일렉트로닉 그룹 스위트박스의 이 노래는 ‘백조의 호수’ 멜로디를 샘플링해서 만들어진 곡이다. 그 가사가 절묘하게도 지금 상황의 푸틴을 두고 말하는 듯하다. “도대체 넌 널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아니 아니, 넌 수퍼스타가 아냐/아니 아니 아니 아니/이번엔 넌 나가도 너무 나갔어/아니 아니, 넌 수퍼스타가 아니래도(Who the hell you think you are/No no, you’re not a superstar/No no no no/This time you really went too far/No no, you’re not a superstar).” 화무십일홍이고 권불십년이라더니, 23년째 집권 중인 푸틴의 최대 위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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