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126] 행복 2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2023. 6.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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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지원

행복 2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태주(1945~)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집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삶의 질은 너무 다르다. 집은 쉬는 곳이다. 쉬어야 인간은 산다. 내 집이 있다면,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도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를 언제 쓰셨을까? ‘행복 1′보다 나중에 썼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행복 1′을 찾아보았다.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뚱뚱한 아내를 바라볼 때/ 잠시 나는 행복하다/ (…) / 꿈꾸는 듯 귀여운 작은 숙녀/ 딸아이를 바라볼 때/ 나는 잠시 더 행복하다.”(나태주 ‘행복 1′)

지금도 행복을 그리 생각하실까? 행복의 조건은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것 같다. 지금 내게 행복은 ‘이가 아프지 않는 것’이다. 아파도 통증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 잇몸 수술을 하지 않고 임플란트를 하지 않고, 발치를 하지 않고 그럭저럭 버티는 것이다. 어떤 행복은(행복의 조건은) 때로 처참하여 밖으로 발설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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